(베트남 여행) 1일차 - 하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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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연이와 함께하는 두 번째 여름휴가. 아직 장거리 비행은 무리라고 판단, 동남아 국가 중에서 고민 끝에 하노이로 결정했다. 예전에 한번 와본 적이 있었지만, 사실 특별히 볼거리(특히 아이들이)가 많은 곳은 아니다. 큰 목적 없이, 아이와 호캉스를 즐길 요량으로 다녀오기로 했다.
아쉽게도 아내 박씨는 회사 일정 문제로 하루 늦게 올 수밖에 없었는데, 내가 도연이를 데리고 가도 문제없으니 데리고 가겠다고 강력 주장했다. 사실 아들을 데리고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컸고, 특별한 추억이 될 것 같기도 했다. 모든 짐도 내가 가지고 간다. 모두가 괜찮겠냐며 우려를 했지만, 난 자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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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인천공항으로 출발. 부모님의 도움으로 편하게 갈 수 있었다. 수속이나 환전, 와이파이를 찾을 때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아쉽게도 비행기가 거의 풀 부킹이라, 도연이와 자리가 떨어진 자리를 받게 되었다. ZED의 숙명이다. 다행히 주변 분들에게 양해를 구해 자리를 옮겨 앉을 수 있었다.
5시간의 비행동안, 도연이는 고맙게도 별 투정 없이 잘 와주었다. 비행기에 벌써 적응해 버린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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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 즈음 공항에 도착. 수속을 금방 마치고, 택시를 타고 바로 호텔로 이동했다. 30분 정도 걸려 호텔에 도착하니, 이제야 도연이도 나와 마찬가지로 마음이 좀 편해진 것 같았다.
숙소는 '서머셋 웨스트 레이트 하노이 Somerset West Lake Hanoi'. 하노이 북동쪽 '서호' 주변에 위치한 레지던스형 호텔이다. 침실이 따로 있는 스위트룸으로 예약했는데, 1박에 10만 원 정도로 예약할 수 있었다. 주변에 다른 유명 브랜드 호텔과 고민을 했는데, 이 호텔에서 정말 만족했다(가격도 절반). 다음에 하노이에 온다면 또 묵을 수 있을 만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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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걸어서 30초 거리에 피자집이 있어 가보았다. 레스토랑 이름은 '지오반니 Giovanni's'. 이탈리아 사람이 운영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보였다. 부라타 치즈와 루꼴라가 올라간 시그니처 피자, 그리고 스페셜 까르보나라를 시켰다.
전체적으로 꽤 짜다. 그럼에도 이탈리아 현지 맛처럼 짠맛 외에도 다양한 풍미가 느껴졌다(이탈리아 가본 지 10년 넘음). 피자는 화덕에서 구운 티를 냈다. 도연이도 당황스러울 정도로 잘 먹었다. 다해서 87만동, 4만 5천원 정도. 별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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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서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고 도연이와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시차를 고려하더라도 낮잠시간이 한창 지난 4시 정도가 되어서야, 도연이가 낮잠을 짧게 잤다. 길게는 못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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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저녁을 먹으러 갈 겸 밖으로 나왔다. 호텔을 한 바퀴 둘러봤다. 이곳은 레지던스형 호텔이라 장기 출장, 한달살이를 하는 한국인, 일본인도 많다. 그래서 숙소 자체가 화려하지는 않지만, 생활 밀착형으로 알찬 느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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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부모는 아이에게 '쌀'을 먹여야 한다는 집착이 있다. 걸어서 15초 거리에 일식당이 있어 가봤다.
'치바 산 Chiba san'이라는 일식당(혹은 이자카야)였는데, 주력 메뉴는 꼬치구이로, 그 외에 다양한 메뉴가 있다. 뭘 시킬까 고민하다가, 쌀밥, 미소국, 가라아게를 도연이를 위해 시키고, 내가 먹을 것으로 캘리포니아 롤을 시켰다. 꼬치구이와 맥주가 너무 먹고 싶었지만, 아이와 단 둘이 있으니 자제하게 되더라.
새로 생긴 식당처럼 보여서 큰 기대는 안 했는데, 기대 외로 정말 맛있었다. 국내 어설픈 이자카야보다 훨씬 맛있었다. 역시나 먹다 보니 일본 비즈니스맨들이 회식을 하러 오더라. 꼬치구이의 맛이 궁금해졌다. 아들도 미소국에 밥을 말아 야무지게 한 끼 드셨다. 33만동, 한화 약 1만 7천원. 별점 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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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에 적당히 큰 마트가 있어 장을 봐서 들어왔다. 수박과 과자, 맥주를 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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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연이를 씻기니, 금방 잠들었다. 어제 못 본 예능 프로그램을 맥주와 함께 즐겼다. 피곤한 하루였지만, 소소한 행복감이 머리끝까지 차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