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14_05 터키

(터키 여행) 7일차 - 이스탄불

약 12시간의 야간버스를 타고 이스탄불에 도착했다. 약 10시간의 이동으로 이스탄불에 도착했으나 오토갈에 내리기 전까지 시내에서 몇 정류장을 들린다. 반드시 오토갈(혹은 오토가르)에서 내려야 한다.

오토갈에서 이스탄불 중심지로 가는 방법은 두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버스회사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세르비스'를 타는 방법이고, 두번째는 지하철 오토가르역에서 시내로 가는 방법이다.

나는 첫번째 방법을 택했다.


내가 가려고 했던 목적지인 '술탄아흐메트'역으로 바로 가는 세르비스는 없다. 술탄아흐메트와 가장 근접한 '악사라이'로 가는 세르비스를 탔다. 버스기사에게 물어보면 잘 가르쳐준다.


<오토갈, 악사라이, 술탄아흐메트>


함께 세르비스를 탄 옆자리 승객에게 '악사라이'라는 한마디만 해도 내릴 곳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묻고 또 묻는 것이 여행에선 최고인것 같다.


악사라이에서 내렸다. 이젠 술탄아흐메트로 가야하는데 갑자기 막막했다. 짐도 많고, 어깨도 아프고, 잠도 부족하고.. 공원 벤치에 잠깐 앉아서 지도를 펴보았으나, 지금 내가 있는 위치도 알기 어려웠다.

주인이 친절해 보이는 약국에 들어가 술탄아흐메트로 가는 지하철의 위치를 물었다. 약국 아저씨는 방향을 가르키며, 지하철이 아니라 '트램'이라고 알려주었다. 그렇다, 앞으로 이스탄불 여행에서 자주 타게 될 군청색(T1) 선은 트램의 노선도였다. (악사라이에서 지하철역으로 들어가면 안된다. 꼭 트램을 타자!)


지하철역을 뒤로하고 가깝지 않은 거리에 있는 트램역으로 갔다. 이스탄불카드(교통카드)가 있다면 지하철, 트램, 버스 가리지 않고 사용하면 되나, 이스탄불카드는 공항역, 술탄아흐메트역 등 일부 역 근처에서만 판매해서 당장 구매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토큰을 구매해야하는데, 토큰 자동판매기는 5리라, 10리라, 20리라 정도의 지폐만 인식했다. 하필 나는 100리라 이상의 지폐만 가지고 있었다.

이때 잔돈을 바꾸기 위해 엄청 고생했다. 우리나라와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근처의 상점에 무작정 들어가 잔돈 교환을 부탁했으나, 모든 상점이 거절을 했다. 너무 화가나서 터키인들 친절하다는 말은 모두 거짓이라고 생각했다.(사실 몇몇 상점은 너무 싸가지가 없었다.) 터키에서는 우리나라와 다르게 환전하는 곳에서도 잔돈 교환 업무를 하는 모양이었다. 오랜 고생 끝에 환전소에서 겨우 잔돈을 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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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램을 타고 술탄아흐메트에 도착했다. 이제는 또 숙소를 구해야했다. 길가의 아무 숙소에 들어가서 방값을 물으니 싱글룸이 하루에 300리라(한화 15만원)가 넘었다. 다른 숙소도 마찬가지로 나에게 부담스러운 가격대였다. 이스탄불, 그것도 중심가에서 저렴한 호텔을 찾을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했다. 결국 가이드북에서 소개하는 저렴한 가격대의 호텔을 찾아가기로 했다. 수많은 호객꾼들을 지나치며 숙소 밀집 구역 쪽으로 짐을 끌고 갔다.


잠깐 멈춰서서 지도를 확인하는데 또 한명의 호객꾼이 숙소를 구하느냐고 물었다. 저렴한 방을 찾는다고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는 자기가 잘 아는 곳이 있는데, 시설도 매우 좋고 저렴하다고 했다. 1박에 30유로(한화 4만 5천원 정도) 정도를 찾는다고 못박아 이야기했다. 그는 그정도 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크게 기대는 안했으나, 당시 너무 지쳐있어서 반신반의하는 기분으로 그를 따라갔다. 아까 들렀던 좋은 호텔들이 있는 골목길로 인도했다. '아. 또 속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중 한 허름한 건물로 들어가더니 어두운 계단을 올라갔다. 순간 조금 무서웠다. 그 건물 4층에 뜬금없이 숙소가 있었다. 들어가보니 꽤 많은 여행객들이 로비에 앉아있었다.


<허름한 입구.>


싱글룸을 쓰고 싶다고 이야기했고, 내일 동행이 한명 합류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인아저씨는 트윈룸이 있는데, 저렴하게 해주겠다고 했다. 오늘은 그 방을 혼자 쓰고, 내일 동행이 오면 같이 쓰라고 추천해주셨다. 그 방을 사용하는데 하루에 40리라 정도. 두명이서 써도 비슷한 가격에 해주셨다. 결국 나는 2박을 60리라로 해결하는 셈이 됐다.(첫날 40리라+ 둘째날 20리라(40리라/2명))

지금 이 숙소는 일부 공사중이었고, 그래서 싼 값에 제공되는 것 같았다. 비록 화장실은 공용이었지만, 이스탄불 중심지에서 이렇게 저렴한 가격에 묵을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었다. 이번 터키 여행에서는 숙소비를 많이 아꼈기에 전체 여행 경비가 적게 나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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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 짐을 풀고 나니 오전 11시쯤 되었던 것 같다. 야간버스를 타고 아침도 못먹고 숙소까지 찾아헤맸으니 지칠 수 밖에 없었다. 샤워를 하고 잠시 눈을 붙였다.

이스탄불의 첫날 관광 코스를 어떻게 정할지 고민을 한 후, 오후 1시가 되어서야 숙소를 나섰다. 



이스탄불의 지도의 일부분이다. 이스탄불은 크게 세 지역으로 나뉜다. 아야소피아, 블루모스크, 그랜드바자르, 이집션바자르 등 주요 관광 명소가 있는 지역인 '구시가지', 갈라타탑과 탁심 광장, 돌마바흐체 궁전 등이 있는 '신시가지', 그리고 '아시아지역'.


숙소가 구시가지의 술탄아흐메트, 특히 블루모스크와 아야소피아의 바로 뒤에 있었으므로 언제든지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일 동행이 합류하면 구시가지 지역을 둘러 보기로 하고, 오늘은 신시가지를 구경하기로 결정.



숙소(술탄아흐메트)에서 트램을 타고 에미뇌뉘역까지 가서 내린 후, 갈라타 다리부터 갈라타 탑, 이스티클랄 거리, 탁심 광장까지 도보로 걷는 코스. 약 5km 정도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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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술탄아흐메트역 근처의 노점상에서 이스탄불카드(교통카드)를 구매했다. 적당히 돈을 충전해 두었다. 그리고 카드를 이용, 트램을 타고 에미뇌뉘에서 하차했다.


<내리자마자 탁트인 바다가 보인다. 기분이 상쾌했다.>


갈라타 다리는 에미뇌뉘역에서 바로 보이는 다리이다. 바다 냄새를 맡으며 다리 위로 올라가 보았다.




<현재 내 컴퓨터의 배경화면으로 쓰고 있는 사진.>


많은 사람들이 낚시를 하고 있었다. 위 사진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낚시하는 사람들의 다리 맡에는 잡은 물고기들을 담은 통이 있었다. 대도시 한가운데에서 사람들이 낚시를 하는 모습이 꽤 이채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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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위에서 사방을 구경하다보니 출출했다. 하긴 아침도 안먹었으니 배고픈게 당연했다. 갈라타 다리 근처에는 유명한 음식이 있다. '고등어 케밥'이 바로 그것이다.

고등어 케밥은 갈라타 다리 남단(에미뇌뉘역 방향)의 서쪽에 위치하고 있다.



<고등어 케밥집은 광장의 한켠에 여러개 몰려있다.>



<물 위에서 고등어를 굽는다.>




빵 사이에 고등어구이를 야채와 함께 껴서 주는, 단순한 음식이다. 그러나 맛은 엄청났다. 레몬즙을 뿌려 먹으니 비린 맛도 적었다. 게다가 가격은 6리라.(한화 3000원 정도) 근처에서 파는 레몬에이드와 함께 먹으니 궁합이 잘 맞는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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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타 탑으로 걸어갔다. 높이 위치한 갈라타 탑은 어디서든 볼 수 있으므로 쉽게 찾아갈 수 있다.


<갈라타 탑으로 가는 길.>



<웅장한 갈라타 탑. 과거엔 등대로 쓰였다고.>


갈라타 탑은 내부를 통해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더워서 기운이 별로 없었고, 전망이 크게 특별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하에 올라가지 않았다. 그냥 갈 걸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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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이스티클랄거리를 거쳐 탁심광장으로 향했다. 다친 어깨에 각종 짐, 특히 무거운 DSLR을 메고 가니 많이 힘들었다. 이날은 날씨도 좀 더웠다.




<전날 터키 프로축구리그에서 '페네르바체'가 우승을 했다.

거리 곳곳에서 페네르바체의 응원기를 볼 수 있었다.>



<이스티클랄 거리에 도착.>


이스티클랄 거리는 우리나라의 명동으로 보면 된다. 쇼핑몰과 패션 브랜드 매장이 많이 있었다. 터키의 젊은이들과 해외 관광객들로 붐볐다. 이 길을 쭉 따라가다보면 탁심 광장이 나온다.





터키 공화국 건설을 축하하기 위해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역시나 선봉장에는 아타튀르크가 있었다. 동상이 세밀하게 조각되어 있어 인상깊었다.

탁심광장은 공공행사가 자주 열리는 곳이며, 터키 국민들의 시위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내가 여행갈 즈음에도 과격한 시위가 가끔씩 발생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나, 직접 보지는 못했다. 주변에 경찰도 많이 있고 관광객도 많이 있으므로, 지나치게 겁낼 이유는 없는 듯하다.

화단에 잠시 걸터앉아서 지친 다리를 쉬게 해줬다. 근처 상점들을 잠깐 구경하고, 왔던 길로 다시 되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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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길에 발견한 Shake shack 버거 매장. 국내에서 접하기 힘든 버거이므로, 그리고 버거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써 평소에 너무나 먹어보고 싶었기에 망설임없이 들어갔다.

주문을 하다보니 이것저것 추가하게 됐고, 결국 과하게 시켰다. 머쉬룸+치즈버거에  패티 추가, 감자튀김에 치즈 추가를 했다. 총 40리라, 우리나라 돈 2만원정도의 가격이 나왔다.(터키 여행에서 먹은 가장 비싼 음식이었다.) 그렇지만 맛있고, 매장 분위기도 좋고, 점원들도 친절했다. 감자튀김은 다 먹지 못하고 남겨서 포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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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오후의 갈라타 다리는 여전히 낚시꾼들로 붐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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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조금 일찍 들어왔다. 많이 걸었더니 다리가 피곤했다.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워 다음날 여행 계획을 짰다.

자기 전에, 바람도 쐴 겸 근처 공원에서 아까 포장해온 감자튀김과 함께 캔맥주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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