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3_03 대만

(대만 여행) 1일차 - 타이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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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기념일을 핑계로 박씨와 둘이 3월에 다녀온 대만 여행. 도연이는 과감하게 부모님께 맡기고 다녀왔다. 3박 4일 여행이었는데, 다행히 엄마아빠를 애타게 찾거나 하지는 않았던 모양.

 

이전까지 대만에 와본 적이 없었다. 인터넷, TV에서 본 여행 코스가 다 비슷비슷해 보였고, (당연히 그렇지 않지만) 크게 볼거리가 많아 보이지 않아서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는 가장 대중적인 코스(소위 '예스진지')는 제외했다. 그 코스는 다음에 기회가 되면 가보는 걸로.

 

 

타오위안 공항에서 나와 공항철도를 타고 타이베이 여행의 시작, '타이베이 메인'역으로 향했다. 3월의 대만은 한국의 5월 날씨와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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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 메인역에서 밖으로 나와, 캐리어와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갔다. 우육면 가게인 '푸홍 뉴러우멘 富宏牛肉麵'으로 갔다. 회사 점심시간에 혼자 우육면을 먹으러 다닐 만큼 우육면을 좋아하는데, 이번 여행에서 하루에 한 끼는 우육면을 먹겠다고 다짐을 해왔다. 현지의 우육면을 드디어 먹게 되어 마음이 설렜다.

 

우육면.
내장까지 들어간 종합면.

 

자연스레 합석을 하게 되었는데, 이제야 대만에 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우육면과 종합면을 시켰는데, 고기는 부드러웠고, 국물 간도 익숙한 맛이었다. 면이 수타면 같았고, 두께감이 있어 수제비를 먹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이 부분이 호불호가 있을 수 도). 앞에 앉은 분은 다대기도 넣어 드시던데, 나도 따라서 조금 넣어봤는데 맛이 얼큰해져 더 좋았다. 1 그릇에 5천원 내외로 가격도 저렴하다. 첫 본토 우육면 경험은 성공적이었다. 무료로 주는 콜라 한잔을 받아 마시고, 계산을 마치고 나왔다. 배가 부르니 기분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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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가는 길에, 간식거리를 사먹었다.

 

펑리수 가게, 루이탕 제과점 如邑堂 台北開封店.
밀크티 가게, Yuchi 21 魚池貳壹.
시먼딩, 西門町

 

펑리수, 밀크티, 지파이를 사먹었다. 숙소에 가지도 않았는데 벌써 배가 불러왔다. 번화가 중앙에서 대충 산 지파이 빼고 다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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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버스를 타고 타이베이 중심에 있는 숙소로 향했다. 숙소는 '루메이 부티크 Roumei boutique'라는 4성급 호텔이었는데, 1박에 10만원 정도에 가성비가 좋았던 호텔이었다. 조용한 주택가 쪽에 위치해 있고, 지하철 역과도 그리 멀지 않았으며, 시장, 맛집도 가까워 모든 면에서 부족함이 없었던 호텔이다.

 

의문인 건 화장실이 객실의 절반을 차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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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풀고, 한 시간 정도 낮잠을 자고 오후 5시 즈음 밖으로 나왔다. 특별한 계획 없어 근처를 둘러봤다. 작은 시장길도 지나고 예쁜 공원도 지나갔다.

 

송강 공원 Songjiang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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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을 크게 짜지 않고 왔던 터라, 어디 갈지 뭐 할지 고민하던 차에, 현재 위치에서 중정기념당이 멀지 않음을 확인하고, 중정기념당까지 택시를 타고 갔다. 사실 타이베이 여행 중 꼭 한번 가보고 싶던 곳이었다.

 

멀리서부터 보이는 웅장한 기념관의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마침 석양이 예쁘게 지고 있었고, 날씨도 온화했다. 계단에 앉아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중정기념관은 역사적으로 훌륭한 가치를 가진 곳이란 건 알고 있었지만, 내가 느낀 중정기념관은 편안함과 자유로움도 있는 곳이었다. 예기치 못한 곳에서 간혹 이렇게 감동을 받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조명..온도..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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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은 우리의 4번째 결혼기념일. 사전에 예약해 둔 식당에 방문했다. 'Danny's steakhouse'라는 스테이크 가게였는데, 미슐랭 원스타 레스토랑이다. 평소에 미슐랭은 커녕 파인 다이닝도 잘 가지 않는 편인데, 대만에서는 전체적인 식당 가격이 한국에 비해 조금 저렴한 편이고, 파인 다이닝도 마찬가지로 가격이 합리적이라 한번 예약을 해봤다.

 

 

오랜만에 파인 다이닝에 오니 기분이 좋았다. 서버들도 친절하고 영어, 심지어 한국말도 잘하는 서버도 있었다. 역시 미슐랭인 것인가..

우리는 코스메뉴를 시켰고, 메인 스테이크는 '프라임 드라이 에이지드 립아이'로 시켰다. 와인 페어링도 함께 주문했다.

 

먼저 식전 빵과 스타터.

 

소금, 버터와 함께 먹는 식전 빵.
내가 잘 먹으니 나중에 서버가 더 챙겨줬다..
식전 주, 알사스 리슬링.
사프란 소스+새우 요리.
트러플+관자 요리.
미네스트로네, 야채 수프.
카푸치노 모양의 버섯 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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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중 주. 보르도 마고 와인. 맛있었음.
드디어 고기 등장.

 

한국식 '소고기 구이'보다 육향도 더 느껴지고, 쫀득한 식감이 있었다. 좋은 고기를+잘 숙성하고+잘 구우면 미슐랭 받는다. 아 그리고 사이드 디시들도 정말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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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식으로 디저트와 차와 디저트를 고를 수 있었다.

 

캘리포니아 모스카토.
예약할 때 기념일이라고 했더니 챙겨줌.

 

디저트로 각자 애플 타르트와 초콜릿 케이크를 시켰는데, 달달이 러버로써 배불렀음에도 잘 먹었다. 다만 너무 달다 보니 페어링 된 스위트 와인과는 조금은 안 어울리는 느낌이 들었다(엄격).

 

2시간 가까이 여유롭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구글 리뷰에서 서버에 대한 나쁜 평이 종종 보였는데, 전혀 못 느꼈고 오히려 너무 친절해서 기억에 남았다. 식사 비용은 총 30만원 정도. 국내 파인 레스토랑 많이 안 가봐서 이런저런 비교는 어렵지만.. 어쨌든 맛있었고 즐거우면 된 것 아닌가.

 

다행히 기억에 남는 기념일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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