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2_11 일본-도쿄

(일본 여행) 2일차 - 도쿄(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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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DK와 도쿄여행에서 방문한 국립 서양 미술관이 정말 인상에 깊었나 보다. 이번 여행에서도 미술관 일정을 넣었다. 이번에 가볼 미술관은 '국립 신 미술관 The national art center'이다.

 

 

미술관 건물 자체가 웅장한 작품이었다. 한쪽이 유리로 되어있어 차분하고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카페와 레스토랑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주말을 즐기고 있었다.

 

내가 알아보고 온 전시는 한국의 현대 미술가 '이우환'의 특별전이었다. 관람객들의 후기가 좋아 큰 기대를 하고 왔다.

그런데 여기저기를 봐도 이우환 특별전은 보이지 않았다. 분명히 제대로 알아보고 온 것 같은데.. 직원에게 물어보니 며칠 전에 끝난 전시라고 했다. 제대로 알아보고 오지 않은 내 잘못이었다. 이 미술관은 소장품은 따로 없어 상설전은 없다고 한다.

 

그래도 온 김에 현재 진행 중인 전시를 보기로 했다. '日展 일본 미술 전시회 NITTEN The Japan Fine Arts Exhibition'를 하고 있었다.

 

 

일본 작가들이 출품한 작품들의 전시였다. 회화부터 조각, 도자기, 서예까지 많은 작품들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큰 기대에 미치지 못한 좀 아쉬운 관람이었다. 물론 좋은 작품도 많았겠지만 나 같은 미술 초짜는 유명한 작품이 있어야 만족을 하나보다. 박씨는 그래도 아쉬운 내색 안 하고 즐겁게 봐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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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미술관을 둘러보니, 점심시간을 훌쩍 넘겨버렸다. 주변에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조금 걸으면 나오는 돈카츠 가게가 있다고 해서 가보기로 했다.

 

11월에 도쿄에 오면 단풍을 한번 더 즐길 수 있어요

 

국립 신 미술관에서 예쁜 가게들이 모여있는 가로수길을 따라 걷다 보면 오모테산도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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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카츠 마이센'이라는 가게에 왔다. 줄이 조금 있어 약간의 웨이팅을 해야 했다.

 

 

우리는 로스 카츠 세트를 시켰고, 박씨는 굴 카츠를 추가했다. 흑돼지 돈카츠가 있었는데, 일반 돈카츠도 괜찮다는 평을 보고 일반 돈카츠로 시켜봤다(사실 가격도 배 가까이 비쌌다). 매장, 음식, 서비스 모두 무난하게 깔끔하고 좋았던 기억. 흑돼지가 더 맛있을 수 있겠지만, 2천엔 전후의 일반 돈카츠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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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걷다 보면 하라주쿠에 다다른다. 날이 서서히 저물기 시작한다.

 

도저히 저 골목에 들어갈 엄두가 안난다

 

아 오늘 주말이었지. 사람이 정말 너무 많았다. 코로나 이후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는 처음 온 느낌이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거리의 활력을 느끼니, 원래 우리가 이렇게 살았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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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카츠'는 '돈까쓰'와 달리 양이 쥐똥만 해서 맘에 안 든다. 여행 계획서부터 가고 싶었던 Bar가 있었고 그 근처로 저녁 식사를 하러 이동했다.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그 주변 괜찮은 스시야를 알아봤는데, 전부 예약이 꽉 차서 갈 수가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가성비로 괜찮은 집을 발견하고 가보기로 했다. 'Yotsuya Fuji Sushi'라는 작은 가게였는데, 동네 주민들이 찾는 깔끔하고 편안한 식당 같아 보였다. 보통 초밥 세트와 사시미 세트를 시켰다. 각 세트가 2천엔 대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가격 대비 괜찮았다.

무엇보다 종업원들이 편안하게 접객을 해줘서 기분이 좋았다. 관광지와는 약간 외진 곳에 있지만 근처에 갈 일이 있다면 들러봐도 좋을 듯.

 

특별할 것 없는 구성이지만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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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는 시티팝 마니아다. 연애 시절(10년도 넘음)부터 박씨는 시티팝을 들었고, 나한테도 다양한 노래를 소개해줬다. 결혼 후에도 주말 아침은 늘 시티팝(또는 재즈)으로 시작했다. 그렇게 시티팝을 사랑하는 박씨를 위해 시티팝 바를 정말 열심히, 그리고 겨우 찾았다. 이름하야 'Bar Retro cross Future'.

 

입간판부터 맘에 들어

 

들어가면 화려하게 치장한 중년의 여주인이 반갑게 맞이해 준다. 바 테이블에 앉으면 시티팝 관련 책들이 진열되어 있어 그걸 보는 재미도 있다.

 

 

어디서 왔냐는 질문에 한국에서 왔다는 대답을 했고, 주인장님은 웃으시며 조용필이 일본 방송에서 부른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틀어주셨다.

 

행복한 박씨

 

야마시타 타츠로의 노래가 몇 곡 나오고, 이어서 마리야 타케우치의 Plastic love가 나왔을 때는 반가워 박수가 절로 나왔다. 분명히 박씨도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고 싶었을 것이다.

 

Mariya Takeuchi - Plastic love

 

하나 둘 손님들이 들어오고, 어느덧 가게는 거의 만석이 된다. 일본 현지 아저씨, 아줌마들, 남미(국적이 기억 안 난다) 커플, 일본 젊은 남자들. 모두 올드팝을 듣기 위해 이곳에 모인 게 신기하고 재밌는 기분이었다.

 

내 신청곡으로, 시티팝은 아니지만, 당시 한창 듣고 있었던 TUBE의 'Season in the sun'을 신청했다. 약간 부끄러웠지만, 일본 아저씨가 화면에 나온 젊은 시절의 보컬을 보고 '뭐야? 젊잖아?!'라며 재밌어하는 모습을 보고 금세 그런 마음도 사라지긴 했다. 그나저나 이 노래는 진짜 명곡이다. 듣고 있으면 지중해에 떠있는 기분이 든달까.

 

TUBE - Season in the sun

 

여기서 밤을 새울 수는 없었다. 다음에 또 와야겠다. 시티팝, 아니면 올드팝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가보길 권하는 곳이다. 비록 자리에서 계속 담배를 피우시긴 하지만, 사장님도 외국인에게 친절하고 전반적으로 러블리한 분이다.

 

 

좋다. 조금 취해 걷는 일본의 밤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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