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19_10 홍콩

(홍콩 여행) 1일차 -구룡 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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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절과 주말 사이의 금요일이 회사의 휴무일로 지정되어 4일의 연휴가 생겼다. 10월 2일 아내 박씨의 생일을 기념하여 어디든 놀러 나가자고 했었다. 국내 여행지로 알아봤지만 딱히 당기는 곳도 없었고, 게다가 연휴로 인해 모든게 다 비싼 느낌이었다. 그래서 가까운 해외로 눈을 돌렸다. 


가까운 곳 중 일본, 중국을 제외하니 홍콩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지만 걸리는 것이 요즘 한창 시위 중인 점, 그리고 예전 홍콩 여행에서 음식때문에 고생했던 기억, 이 두가지였다. 게다가 출국하기 며칠 전에 경찰이 시위대에게 실탄을 발사했다는 ㅎㄷㄷ한 소식을 듣고 여행을 가는 것이 맞나 진지하게 고민을 했었다. 그래도 시위가 자주 있는 지역을 피하고, 자극적인 행동만 하지 않는다면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에 그대로 가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중국인 여행객들이 많이 줄어 지금이 여행하기 최적기라는 말도 있었기에 과감하게 추진했다. 결과적으로는 아주 평온하고 쾌적하게 잘 다녀왔다.


물론 그 이후로 상황이 악화되어 관광하는 것이 어떨지는 모르겠다. 홍콩여행 카페라든가, 실시간 시위 정보를 볼 수 있는 사이트 등을 이용해서 판단을 잘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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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공항에 도착해서, 우리나라로 치면 티머니와 같은 옥토퍼스 카드를 구입, 충전을 하고 Airport Express Line, AEL을 타고 시내로 들어갔다.




다행히 10월 초 홍콩의 날씨는 여전히 덥기는 하지만, 한국의 맑은 초여름의 날씨였다. 날씨를 보니 이제야 오길 잘했다 싶었다. 예전에 8월에 왔을 때는 진짜 세상에서 제일 후덥지근한 곳이 홍콩이라고 확신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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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 일단 도착해서 짐을 풀었다. 예상했던 대로 손님이 많지 않아 얼리 체크인도 가능했다. 이번 여행에 큰 돈을 쓰지 않기로 한 우리는, 숙소를 최대한 실속있는 곳으로 잡았다. 그리고 시위 장소와 안전도 고려해야만 했다. 조던역과 침사추이역 사이에 위치한 '더 퍼킨 The Perkin' 호텔이라는 곳을 잡았는데, 홍콩 사태와 맞물려 엄청 저렴하게 예약할 수 있었다(2박 16만원!).





비즈니스 호텔치고 넓었고 깨끗했으며, 무엇보다 홍콩의 기괴한 건물 뷰가 아닌 공원 뷰여서 좋았다. 간단한 조식도 제공하고, 직원들도 친절했다. 다만 단점은 에어컨이 좀 시끄럽다는 점이었는데, 밤에 끄고 자면 큰 문제 없다.


아침 일찍 공항으로 나와야 했던 우리는, 한시간 정도 숙면을 하며 체력을 보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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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식사를 하러 나섰다.


<낡은 아파트, 좁은 길, 저 너머 높은 고층 빌딩. 홍콩이다.>


첫 식사는 근처에서 유명한 '성림거'라는 곳에서 하기로 했다. 중국 운남식 쌀국수를 하는 곳이다.




일단 국물 있게/국물 없게를 선택하고 토핑을 고른 뒤, 추가 요청사항을 체크하는 방식이었다. 국물 있게 하나, 국물 없게 하나를 시켰다. 둘 다 조금 맵게, 덜 시게 요청했다. 토핑은 2~3개 고르면 적당하다고 하는데, 우리는 배를 아끼기 위해 토핑 2개씩만 주문했다.


<노 국물.>


<예쓰 국물.>



진짜 너무 맛있었고, 여행 끝나고 공항으로 돌아오는 길에 박씨와 나는 가장 생각나는 음식으로 동시에 꼽았다. 배 아끼지 마시고 토핑 3개 이상 넣어서 먹으세요. 우리가 먹었던 토핑 다 맛있는 걸로 보아 다른 토핑도 웬만하면 다 맛있을 느낌. 점원이 불친절하다는 말이 있었고, 실제로도 안 친절하긴 했는데, 맛있어서 용서 가능. 평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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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내를 구경하며 침사추이 근처를 돌아보기로 했다.




곳곳에서 홍콩 시위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젊은이들 주도로 전단지, 포스터부터 멋있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글에서 평이 좋았던 '1881 헤리티지'에 가봤다. 과거 해경 건물이 있던 자리를 새롭게 리모델링 한 것으로, 지금은 호텔, 쇼핑몰 등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특별히 살게 있는 게 아니라면 테라스 정도만 가볍게 둘러보고 오면 될 거 같다. 잘 꾸며놓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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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 스타페리 피어에 '% 커피'가 있어 가보기로 했다. 흔히 '응 커피'라고 부르기도 하는 모양.




선착장 구석에 정말 작게 있어 잠깐 헤맸다. 그럼에도 유명한 카페여서 그런지 사람이 꽤 있었다.



<인테리어가 세련되고 깔끔했다.>



라떼가 맛있다고 해서 라떼, 스페니쉬 라떼를 하나씩 시켰다. 스페니쉬 라떼는 연유 라떼였다. 둘 다 고소하게 맛있었다. 값에 후한 박씨가 이례적으로 비싼 가격을 지적했다. '다 감성 값이지.' 뻔한 대답을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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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곳에 침사추이 시계탑이 있었다.







홍콩에서 가장 예쁜 곳을 고르면 여기를 꼽고 싶다. 특별한 건 없지만 시계탑과 야자수가 잘 어울린다. 잠깐 앉아 쉬면서 커피를 마시고 있으니 너무 좋았다. 비교적 한적하게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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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건너편에는 홍콩섬이 보인다.




<내일 넘어갈 홍콩섬의 모습들. 다시 생각해도 날씨가 참 좋았다.>


조금 더 가면 '스타의 거리'도 있다. 헐리우드 거리와 비슷하게, 홍콩 영화 배우의 핸드프린팅이 쭉 전시되어 있다. 아는 배우를 찾으며 천천히 산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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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보니 'K11 Musea'라는 곳이 나왔다. 얼핏 보니 쇼핑몰 비스무리 해보였다. 박씨가 가보자고 했는데, 별거 없을 거 같아 금방 나올 생각으로 잠시 들어가 봤다.




<외관이 독특하다.>


내부에 들어가자마자 엄청나게 화려한 실내 구조를 볼 수 있다.





천정까지 뻥 뚫린 내부는 엄청나게 화려한 조명들과 유려한 곡선들로 채워져 있었다. 1층 로비에서는 애프터눈 티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안에는 캐쥬얼 브랜드부터 명품 브랜드까지 많은 매장이 있었고 볼거리도 많았다. 무엇보다 건물과 인테리어를 보는 것 만으로도 재미가 있었다.





아내와 입을 모아 '홍콩 정말 힙하다!'고 말했다. 이곳 저곳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생각보다 이곳에서 오래 머무르게 되었다.


<옥상 정원.>


<엘리베이터 버튼 하나도 재밌게 만들어 놨다.>



찾아보니 개장한지 얼마 안 된 곳이라고 한다. 예전에 왔을 때 이 근처에서 공사를 하고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마 이 건물을 짓고 있었나 보다. 생각했던 것보다 엄청 기억에 남는 장소였다. 단순히 쇼핑몰이라고 하기엔 고급스럽고, 예술적인 부분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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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를 먹으러 '란 퐁 위엔'에 찾아갔다. 숙소 가는 길에 위치한 '청킹맨션' 지하에 있었다. 청킹맨션 주변에는 많은 아랍인, 흑인들이 '짝퉁 시계 사세요' 계속 귀찮게 말을 걸었다.




<많은 현지인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조금 배고파서 밀크티와 토스트, 그리고 치킨 누들을 시켰다.





음.. 솔직히 다 무난하게 맛있었지만 특별하게 맛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토스트에선 후라이팬 탄 맛(?)이 났다. 누들은 집에서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맛이었다. 밀크티가 그나마 괜찮았다. 평점 2/5.


원래 저녁을 먹으러 가려 했으나, 배가 불러 그럴 수 없었다. 숙소에서 조금 쉬다가 나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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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서 체력 급속 충전을 한 뒤,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이때가 밤 9시가 훨씬 넘은 시간이었다.

시위가 조금 걱정되긴 했으나, 실시간 시위 지도를 보며 안전한 것 같아 나왔다.



저녁 메뉴는 햄버거. 유명한 버거집인 '더 부처스 클럽 버거'에 갔다.




미슐랭 가이드에 소개된 집이라고 한다. 별을 받지는 않은 거 같은데, 별이랑 단순 소개랑 무슨 차이인지 모르겠다.



'우 탱'과 '더 호그 타운'을 시켰다. 메뉴판에서도 볼 수 있듯 다양한 토핑이 들어간 버거들이었다. '우 탱'은 특이하게 김치가 들어간 버거였다.




<내가 자른 거.>


<박씨가 자른 거. 톱질하듯 써는 게 노하우라고.>


패티가 진짜 두껍고 맛있었다. 사이드로 시킨 트러플 감자튀김도 맛있었다. 김치도 제대로였다. 다만 김치 맛에 오히려 햄버거가 아닌 다른 요리를 먹는 기분이 들었다. 클래식한 치즈 버거가 궁금하다. 평점 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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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계획의 마지막, 마무리를 하기 위해 바를 찾아갔다. '네드 켈리스 라스트 스탠드 Ned Kelly's Last Stand'라는 재즈바였는데, 박씨가 재즈를 좋아해서 미리 알아본 곳이었다. 라이브 공연 시간에 늦지 않게 찾아갔다.





옛날 미국 서부의 한 바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넓지 않은 곳이었지만, 밴드의 소리가 울리기에는 충분한 넓이였다. 남녀노소, 동양인-서양인 가릴 것 없이 모두가 즐겁게 음악을 즐기고 있었다.



의자에 등을 기대어 맥주와 함께 음악을 듣고 있자니 황홀했다. 이번 홍콩 여행 최고의 순간이 아닐까 싶다. 아내도 매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푸터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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