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 2일차 - 가와구치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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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의 마지막 날. 원래 목표했던 시간보다 조금 늦게 일어났다. 아침밥도 주는 토요코인이지만 어제 먹고 잔 야식이 도무지 소화가 되지 않아 스킵했다. 오늘은 자전거를 타고 가와구치코를 돌아도는 일정이라, 아침에 체크아웃을 하고 나와버렸다.
어젯밤에는 칠흑처럼 어두운 밤이었는데, 당연하게도 아침은 깨끗하고 맑은 하늘이었다. 나름 드라마틱하게 후지산을 보고 싶어서 고개를 휙 돌려 봤는데, 정말 거대한 멋진 산이 보였다.



미리 예고하자면 이날의 사진은 후지산 99%입니다. 후지산을 보며 감탄하며, 자전거 렌탈샵까지 천천히 걸어갔다. 많은 추천에 따라, 9시부터 12시까지 3시간 전기자전거를 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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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자전거를 타고 가와구치코를 한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꽤 큰 호수이지만, 전기자전거로는 충분히 돌 수 있는 크기긴 하다.

구글맵에서 평이 좋은 스팟마다 멈춰 서서, 후지산과 호수 사진을 찍었다. 한국의 자주 볼 수 있는 산과 다른 모습의 화산은 정말 색다른 느낌이었다.






중간에 한 외국인이 한 스팟에서 오랫동안 자전거를 만지며 곤란해 보였다. 서양인에 여자다 보니 뭔가 주변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웠던 것 같았다. 먼저 다가가서 도움을 줬다. 공공 자전거를 빌렸는데 스마트폰 데이터가 잘 안 터져서 자전거도 작동이 잘 안 됐던 거였다. 별거 아닌데 뿌듯했다.





정상에 눈이 덮인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겨울의 후지산은 정말 멋졌고, 다른 계절의 후지산의 모습도 꽤 볼만 할 거 같다.
자전거로 가와구치코 주변을 도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긴 한데, 아쉽게도 자전거와 자동차가 공유하는 길이 꽤 있어서, 나름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가와구치코를 절반 정도 돌았을 때, 조금 위험해 보이는 도로가 있어서 무리하지 않고 다시 왔던 길로 돌아왔다. 어차피 풍경의 큰 차이는 없을 거고 이미 멋진 풍경을 많이 봐서, 아쉬움은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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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오후에 돌아가는 버스를 예약하고, 점심식사를 위해 동네를 돌아다녀봤다. 아쉽게도 연말이라 영업을 하는 곳이 많지는 않았다. 역 주변에 사람이 정말 많이 대기하고 있는 텐동집이 하나 있었는데, 괜찮아 보여서 들어갔다.

20분 정도 기다려서 겨우 먹었는데, 가격도 너무 비싸고 맛도 별로였다. 이렇게 가와구치코에서 2끼의 식사는 모두 허무하게 실패로 끝나버렸다. 시간이 좀 남아서 주변 산책(을 하며 후지산 사진 찍기)을 했다. 가와구치코에서 유명한 사진 구도가 하나 있는데, 바로 로손 편의점에서 후지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것이다. 사진을 찍기 위해 엄청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는데, 한 외국인이 대체 왜 서있는 거지, 살짝 비웃으며 친구에게 물으니 '후지산과 로손, 아이코닉하잖아'라고 대답하더라. 맞는 말이지, 세상에 뭐 대단한 이유가 있는 게 있나.


후지산이 왜 일본인에게 성스럽고 영감의 원천이라고 불리우는지 조금은 알 수 있었다. 바라보고만 있어도 숙연해지는 그런 게 있었다. 나중에는 한번 직접 올라가봐도 재밌을 것 같다. 아들이 좀 크면 같이 올라가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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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도쿄에 돌아와서 비행기 시간 전까지 신주쿠 주변 구경을 했다. 뭐 살게 있나 둘러봤는데, 나이먹으니 점점 사고 싶은 것도 별로 없다(갖고 있는 게 많기도 함).

하네다에서 김포까지 순식간에 날아왔다. 김포에서 우리 집까지 가까운 거리를 왔다며 택시기사가 오는 내내 툴툴댄다. 친절하기만 한 일본에서 있다가 바로 극단적으로 비교가 되니, 정말 기분이 안 좋았다. 그래도 새해니까, 좋게 좋게 넘어갔다. 개인적으로 요즘 대한민국이 정말 삭막하다고 느끼는데, 새해에는 서로에게 친절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