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행) 3, 4일차 - 레이크 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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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에어 매트리스에서 며칠 정도는 잘 수 있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한국에도 가져왔는데, 아직까지는 쓸 일이 없어 창고에 넣어둔 상태다. 일어나서 아들과 이길 수 없는 탁구게임을 한판 했다. 내가 탁구를 잘 못 치니까, 아들과 놀아주는 것도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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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식사를 대충 하고, 어제 갔던 시크릿 하버 비치와 정반대 편에 있는 'Sugar Pine Point Beach'에 갔다. 약간의 입장료를 내면, 주차장도 잘 구비되어 있고, 화장실도 있는 주립 공원에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해변에 다다를 수 있다.



타호 호수에 가는 길은 숲을 뚫고 가야 해서, 약간의 서사가 있다. 숲을 지나니 역시나 실망시키지 않는 맑고 영롱한 호수가 감동적으로 반겨주었다. 사람은 어제 갔던 해변보다 훨씬 적어서, 프라이빗 비치를 즐기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는 돗자리를 펴고 사온 서브웨이 샌드위치, 과자와 음료수를 펼쳐 놓으며 놀 준비를 다 해놓았다. 물은 좀 차가웠지만, 다행히 못 들어갈 정도는 아니어서 튜브에 올라타서 잔잔한 파도를 즐겼다.



와이프는 엎드린 채로 몇 시간을 물 위에 떠다녔다. 아들도 같이 올라타서 둘이 재밌게 물놀이를 즐긴 듯했다. 나도 올라가서 엎드려보니, 해도 따땃하니 눈이 스르르 감겼다.








정오쯤 도착해서 오후 3시가 조금 넘을 때까지 이곳에 있었다. 날씨가 조금씩 쌀쌀해지기 시작해서 더 이상 물놀이를 하는 것은 무리였다. 그래도 해변에 앉아서 멍하니 있고 싶을 정도로 떠나기 아쉬웠다. 내일 타호를 떠나기에 이번이 마지막 물놀이임을 알고 있었기에, 더욱 아쉬웠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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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돌아와서 늦은 점심을 먹었고, 늦은 낮잠도 자며 꿀 같은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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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그렇게 고프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저녁때가 되어 주변에 괜찮아 보이는 피자집에 왔다. 'Mountain Slice Pizzeria and Creamery'라고 피자와 아이스크림을 같이 파는 가게였는데, 로컬 사람들이 많이 보이고 실제로도 맛도 괜찮았다. 피자를 먹으면서, 이곳에 사는 주민들은 어떤 기분으로 삶을 살아갈까, 무슨 일을 할까, 행복할까? 진지하게 궁금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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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는 피곤해서 숙소에 누워있을까 하다가, 제일 가까운 호수에서 석양을 보자는 와이프의 말에, 정말 숙소 건너편에 있는 해변에 와봤다. 'Lake Forest Beach'라는 이름이 붙여진 곳이었고, 제대로 된 주차장은 없었지만, 나무들 사이 오솔길을 걸어가 보니 몇몇 사람들이 석양을 보러 나와있었다.


정말 아름다운 석양과 산, 그리고 호수였다. 주변에 고급 콘도, 저택이 있었는데, 능력만 되면 나도 하나 갖고 싶었다. 부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이럴 때 문득문득 든다. 우리 가족은 모래사장을 천천히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며 산책을 했다.






중간에 통나무에도 앉아보고, 조약돌도 물에 던져보고.. 평생 잊지 못할 낭만적인 시간을 보낸 것 같았다. 와이프와 이제 한국에 돌아가서 경쟁적인 분위기 속에서 바쁘게 일을 해야 할 텐데, 어떻게 지내야 할지, 또 앞으로 장기적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해가 지고 나서야 숙소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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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리노까지 한 시간가량 걸리는 거리기 때문에, 오전에 늦지 않게 출발했다.



풍경 하나로는 미국에서 본 곳 중 제일 멋진 곳 중 하나로 꼽을 만큼, 아름다운 자연을 가진 곳이었다. 갔다 오고 나서 미국에 사는 친구들에게 꼭 가보라고 추천을 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몇 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휴대폰 배경화면을 이번 여행에서 찍은 사진으로 해놓고 있다. 미국 공항에서 레이크 타호 물처럼 맑은 파란색 옷을 하나 샀는데, 입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 요즘 제일 좋아하는 옷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