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행) 1, 2일차 - 피닉스
-
아내 없이 아들과 돌아다니는 게 익숙해지는 요즘이다. 7월이 지나 8월이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니, 와이프는 우리 둘이라도 열심히 돌아다니고 여행하라고 권하는 중이다. 그래서 미국 서부 지역 중 시애틀(그리고 주변 국립공원)과 고민하다가, 결국 아껴두고 아껴뒀던 그랜드 캐년에 갔다 오기로 결정. 사실 그랜드 캐년이라 하면 미국 대자연의 정수라고 할 수 있으니 와이프랑 같이 꼭 오고 싶었던 곳이긴 하다. 하지만 그랜드 캐년도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동서남북으로 지역을 나눠서 관광을 할 수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번에 갔다 오더라도 다른 지역으로 또 충분히 와볼 수 있을 것 같다.
-
주차는 LAX Economy Parking에 주차. 그보다 저렴한 Budget Parking은 실외에 주차해야하고 셔틀 간격도 길어서 그보다 더 여건이 나은 Economy에 주차했다. 프로모션 코드도 잘 찾아보면 적용할 수 있어서 3박 4일 정도의 여행이라면 나쁘지 않은 선택인 듯.
항공사는 가성비의 프론티어. LAX에서 타려면 저 멀리 구석까지 이동해야 하는 것 말고는 크게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없었다. 안전하게 이동만 해준다면야 다른 시설은 다 필요없습니다.
-
1시간 조금 더 걸리는 가까운 거리지만, 저녁 출발이다보니 이른 밤이 되어서야 피닉스 공항에 도착했다. 숙소에서 픽업 셔틀이 있어서 그걸 이용했는데, 생각보다 바로 오지 않아서 좀 시간이 지나갔다.
숙소가 다행히 공항에서 가까워서, 숙소에는 10시가 넘어서야 도착했다. 빠르게 체크인을 하고 숙소에 들어왔는데, 비교적 저렴하게 예약한 숙소임에도 깨끗하고 넓고 쾌적했다. 숙소는 'Home2 Suites by Hilton Phoenix Airport North', 만일 피닉스 여행을 한다면 크게 추천하는 곳이다.
늦었지만 햇반+김+라면으로 끼니를 떼우고 첫날을 마무리했다. 밥도 제때 안 주고 아들한테 좀 미안했지만, 아들아 이런 게 여행 아니겠니?
-
둘째날 아침. 숙소 침대가 좋아서 잠도 편하게 잘 잤다. 일어나자마자 조식을 먹으러 내려왔다. 나도 아들도 야채 하나 없는 미국식 조식을 너무 좋아해서 큰일이다.
오늘은 피닉스를 간단히 관광을 하는 날. 숙소 근처에 마침 피닉스에서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이 있어서 가보기로 했다. 암산인데 특이하게 꼭대기에 구멍이 나있어 그곳에서 시내 전경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이름도 'Hole in the rock'이라는 곳이고, 주변에 큰 공원인 'Papago Park'라든가, 식물원도 있어서 관광하기 좋은 코스였다.
등산 자체가 힘든 코스는 아니었고, 천천히 10분 정도면 오를 수 있는 곳이었다. 다만 날씨가 애리조나 명성답게 5월 중순임에도 강한 햇살 아래 기온도 섭씨 30도를 웃돌아 꽤나 더웠다. 정상에 오르니 암석에 뚫린 구멍이 보였고 그 안으로 시내 전경이 멋지게 펼쳐져 있었다.
그늘 아래 시원한 바람도 쐬며 더위도 식히고, 도연이는 암벽을 오르락내리락하며 놀면서 대충 20분 정도 시간을 보내고 내려왔다. 내려오면 인공 호수와 멋진 야자수 나무로 꾸며놓은 피크닉 장소가 보인다. 붉은 모래와 암석 사이에 (인공이라도) 물이 있으니 오아시스처럼 아름답게 보였다. 사막 한가운데 세워진 피닉스라는 도시는 곱씹어볼수록 신기하고 재밌는 도시라는 생각이 든다.
내일 그랜드캐년 투어에 필요한 카시트를 사러 근처 타겟에 왔다. 온 김에 마실 물과 음료수, 과일도 사고 도연이가 말을 잘 들어서(또는 잘 듣길 바라는 마음에) 작은 레고도 선물로 사줬다.
한낮에는 날이 더워 어디 갈 엄두가 안났다. 사실 피닉스 도시 자체에 많은 관광지가 있는 것은 아니라서, 그냥 호텔 수영장에서 오후 시간을 보냈다.
저녁으로 간단하게 피자를 시켜먹었다. 밖에서 외식하면 좋았을 텐데, 우버를 타러 나가기 귀찮기도 하고, 딱히 당기는 음식이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일찍 잠이 들었다. 내일 그랜드캐년 투어가 아침 7시에 픽업을 오기 때문이다. 내일 투어에 혹시나 지장이 있을까 야식이랑 맥주도 자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