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3월 첫째 주: 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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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같은 단지에서 친하게 지내던 친구 부부가 이사를 가는 날이다. 다행히 멀리 가지는 않고 LA 내에서 이사를 한다. 그래도 동네 주민이라 밤에도 잠깐 보며 산책도 같이 하고 그랬는데 이사를 간다고 하니 많이 아쉽다. 원래 이사 가는 날 아이 둘을 우리 집에서 봐준다고 했었는데, 하필 아이들이 몸이 안 좋아서 혹여나 아들한테도 옮을 우려가 있어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뭐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나만 가서 작은 일거리를 도왔다. 그나저나 얘네들 이삿짐이 장난이 아니었다..
짐이 정리가 되면 다음에 놀러 가기로 했다. 잘 가라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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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일요일. 낮에 어디 갈데없나 하다가 평소에 내가 가보고 싶었던 스포츠 용품 샵에 가봤다. 'DICK'S Sporting Goods'라는 이름의 대형 스포츠 샵이다. LA 북동쪽 Glendale에 매장이 하나 있었다.
역시나 스포츠 강국답게 이 나라는 스포츠에 진심이다. 모든 스포츠의 모든 용품이 다 있었고, 심지어 종류도 엄청 다양했다. 가격이 괜찮은지는 잘 모르겠던데, 이것저것 구경하다가 다음 달부터 도연이가 야구 클래스를 들을 예정이라, 글러브를 하나 사봤다. 글렌데일에 괜찮은 샵들과 쇼핑몰들이 몰려있어서 다음에 또 와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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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와이프와 아침으로 IHOP에 왔다.
사실 동네에서 본 아침 6불 딜 메뉴를 생각하고 한인타운에 있는 매장에 왔는데, 이 매장은 그 행사를 하지 않는단다. 울며 시럽 먹기로 거금 50불짜리 아침을 먹었다. 아이홉에 대해 나무위키에서 한국의 김밥천국의 포지션이라고 설명이 되어있는데, 서버가 있고 이렇게 비싼 김밥천국이 어딨습니까. 그래서 우리가 정한 기준은 '스쿨푸드' 정도..?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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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화요일. 한인타운 CGV에서 영화를 봤다. 캡틴 아메리카를 봤는데 그냥저냥.. 알라딘 중고서적에서 도연이가 요즘 빠져있는 마블 책을 하나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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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내 서른여덟 번째 생일이 찾아왔다. 내 몇 안 되는 소중한 친구인 와이프가 이것저것 챙겨줘서 덕분에 즐거운 생일을 보냈다. 며칠 전 갔던 글렌데일에 평이 괜찮은 식당이 있어서 갔다. 'Raffi's Place'라는 페르시안 음식점이었다.
식전에 주는 얇은 빵(Lavash라고 부르는 듯)과 후무스가 미친 듯이 맛있었다. 닭 꼬치구이와 양다리 수프를 시켰다. 닭 꼬치구이가 꽤 맛있었고, 양다리 수프는 양 특유의 향이 좀 호불호는 갈릴 듯했다. 그래도 우리는 맛있게 잘 먹었다. 그렇지만 양이 엄청나게 많았는데, 거의 디쉬 하나당 2인분은 될 듯한 양이었다. 어쩔 수 없이 다 먹지는 못하고 좀 싸왔는데, 다른 테이블도 투고 박스에 열심히 담아서 가는 걸 보니 역시나 양을 많이 주는 식당이 맞는 듯했다. 와이프가 잘 알아봐 준 덕에 멋지고 맛있는 곳에서 식사를 해서 좋았다.
케이크를 사지 말자고 한사코 거부하는 우리네 아버지 모먼트를 보였더니, 와이프가 그럼 간단한 컵케잌이라도 사가자고 해서 동네에 '매그놀리아 베이커리'에 왔다. 한국에도 잠깐 들어왔었던 유명 빵집이라 예전에 한번 먹어본 적이 있는데, 현지는 맛이 좀 다르다고 해서 먹어보기로 했다. 유명한 바나나 푸딩과 레몬 바를 아아와 함께 먹어봤다. 디저트 전문가 박씨는 진짜 훨씬 맛이 깊고 신선하다며 감탄을 했다. 그리고 커피 맛도 엄청 맛있었다.
집에 와서는 끝없는 무한 축하. 감사해여..
생일은 즐겁기도 하지만 나이만 먹어간다는 느낌이 들어서 이런저런 생각이 더 많이 드는 것 같다. 그래서 예전에는 생일을 조용히 보내는 걸 좋아했었는데, 생각해 보면 매일 잊히는 날들 중 하루는 이렇게 과하게 축하하고 맛있는 것도 먹으며 기억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주변을 살뜰히 챙기지도 않는 나한테 축하 연락도 보내주는 사람들에게도 더 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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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목요일. Wilson Golf couse에서 라운딩. 비가 좀 왔는데 팔도 아프고 스코어는 엉망. 팔 아파서 핑곗거리가 있어서 좋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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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금요일. 하루에 세끼를 대략 이렇게 먹고 지낸다. 이렇게 보니 진짜 호화스럽게 먹고 사는구나.. 이러니 살이 안빠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