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5_02 미국-유타

(미국 여행) 4, 5일차 - 라스 베가스

-

자이언에서의 마지막 날 아침. 

 

맛있는 조식을 먹고 마지막으로 자이언 국립공원에 갔다. 자이언에서 Angel's landing과 더불어 인기 있는 트레킹 코스인 'The narrows'에 가보기로 했다. The narrows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협곡을 따라 걷는 트레킹 코스이다. 특이한 건 트레킹 길이 강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는 것. 얕은 수심은 발목 정도로 얕은 곳이지만, 깊은 곳은 성인 가슴 높이 까지 오는 높이를 건너는, 정말 모험적인 요소가 강한 트레킹 코스이다. 물론 어린아이들 데리고 가는 것은 무리라서, The narrows 입구까지만 가보고 얕은 냇가 정도만 밟아보고 올 생각으로 길을 나섰다.

 

-

사실 이 날은 Presidents' Day 공휴일이어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이언에 방문했다. 공원 입구에서 좀 막히더니, 심지어 The narrows에 많은 사람이 몰려서 가는 길이 폐쇄되었다. 망할.. 좀 더 일찍 왔었어야 했다. 아침에 호텔 굿즈샵에서 천천히 구경하고 호텔 농장에서 놀았더니 시간이 좀 늦은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어제 못 간 Angel's landing과 함께 꼭 가보고 싶었던 The narrows까지 못 가게 되어 속이 정말 상했다. 출입구 부근에서 길이 뚫리길 기다렸는데, 언제 열릴지 모르는 길을 무작정 기다리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 그냥 국립공원을 그냥 나와버렸다. 좀 속상하고 열받기도 해서 홧김에 나와버린 것이긴 한데, 어차피 라스 베가스까지 돌아가는 시간도 있어서 잘 나왔다는 생각을 해버렸다. 자이언에 언제 다시 와 볼 수 있을까 생각을 하니 속이 쓰렸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지난 이틀 동안 봤던 멋진 풍경을 떠올리며 마음의 위안을 삼았다.

 

-

라스 베가스로 돌아가는 길. 천천히 안전 운전하며 베가스에 도착.

 

오면서 멋진 풍경을 보니 아쉬움이 조금은 가셨다

 

오자마자 호텔 체크인도 전에 엊그제 본 스시 AYCE(All You Can Eat, 무한 주문 가능) 집으로 왔다. 888 Sushi and Robata라는 곳이고 구글 평이 너무 좋아서 큰 기대를 하고 왔다. 그렇지만 사람이 너무 많고 시끄럽기도 하고, 음식 주문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음식 맛도 그냥저냥이었다. 그래도 도연이 음식 값을 갑자기 안 받아서 그 부분은 좋았음.

 

 

-

1박을 할 숙소는 'Planet Hollywood' 리조트. 라스베가스 메인 스트립에 위치하고 있어 밤늦게 돌아다닐 수 있어 선택한 곳이다. 주차장에서 호텔까지 가는데 길을 잘못 들었는지 말도 안 되게 오래 걸었다. 그만큼 리조트가 크고 화려해서 길을 잃기 십상이겠다 싶었다.

 

아들이 저 그림 사람 bad guy냐고 물어봄

 

숙소는 그냥 무난한 호텔 방이었다. 라스 베가스는 화장실이 다 큼직한 게 특징인가 싶다. 이번 호텔은 다 좋았는데 창문 뷰가 건물 옥상 뷰인 점, 그리고 아이들이 보기에는 자극적인 그림이 걸려있다는 점이 좀 마이너스 요소.

 

-

베가스 관광을 나왔다. 날이 어두워져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어서 안전한 느낌이다. 높고 번쩍번쩍한 건물들이 몰려 있으니 흡사 홍콩에 온 느낌도 들었다. 그리고 엘에이와 비교하니 엘에이를 왜 반 장난으로 시골이라 하는지 알겠던..

 

 

화려한 호텔과 상점들이 즐비한 거리를 따라 우리가 향한 곳은 코카콜라 스토어와 엠앤엠 스토어. 베가스 여행의 필수 코스기도 하고 평소에 두 브랜드를 좋아해서 재밌을 것 같았다.

 

눈 돌아간 박씨
연기력 만점

 

사고 싶은 물건이 정말 많았던 코카콜라 스토어. 내 옷 한 벌과 재미로 미스테리 박스 3개를 사봤다.

 

 

역시나 재미있었고 보는 재미가 있었던 엠앤엠 스토어. 여기서 도연이가 시식용 초콜렛을 먹고 흥분해서 3번인가 다시 받았다. 와이프는 맘에 드는 머그컵을 찾아서 기념품으로 샀다. 여기 말고도 허쉬 스토어도 길 건너서 보였는데, 조금 피곤해서 가지는 않았다. 아무튼 단순한 쇼핑을 넘어 관광을 하는 기분이 크게 들어서 재밌게 시간을 보냈다.

 

-

오는 길에 숙소 앞에서 벨라지오 호텔 분수쇼를 구경했다. 별거 없으면 별거 없다고 할 수 있는 분수쇼였지만 그래도 화려하고 물줄기가 세고 높이 올라가서 웅장한 느낌이 들기는 했다.

 

미스테리 박스 개봉 후기.. 내 20달러..

 

-

밤에 도연이를 재우고, 와이프가 용돈을 줘서 카지노에 다녀왔다. 와이프가 200불 쓰고 오라고 줬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게임도 별로 없고 해서(게임 잘 모름) 그냥 슬롯머신만 돌렸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홀리며 돌리는 기분이 들었다. 중간에 100배가 한번 터져서(그래봤자 100달러) 흥분을 감추지 못했는데, 점점 돈이 줄어드는 걸 보고 결국 총 70불 정도만 날리고 정신 차리고 방으로 돌아왔다. 휴 솔직히 재밌긴 하더라..

 

 

-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날.

 

끝없이 펼쳐진 길
미국의 호두과자, 소떡소떡

 

이번 여행에서 왕복 1000마일 가까이 운전을 하고 동네에 도착해서 집 근처 신호 대기를 하는 중이었다. 집까지는 1마일도 안 남은 상황에서 저녁에 뭐 먹을지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뒤에서 엄청나게 큰 충돌 소리가 들리더니, 바로 우리 차도 큰 충격이 왔다. 다행히 우리 모두 크게 다치지는 않은 것 같았고, 내려서 상황을 살펴보니 한 초대형 SUV인 허머 한 대가 여러 차량을 추돌한 상황이었다. 내 추정이지만 운전자는 약에 취했는지 술을 마셨는지 눈이 좀 풀린 것 같았다. 이런 경험이 처음인 나로서는 조금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아무도 경찰을 부르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경찰을 부르겠다고 했더니 어차피 경찰 불러도 안 오니 불러도 소용없다는 거였다. 믿기 어려웠지만 나중에 확인해 보니 사실이었고(다만 음주나 약에 취했으면 경찰 부르는 게 맞음), 그냥 사고 당사자간 개인 신상과 보험 번호만 주고받고 헤어지는 게 일반적이라고 했다. 운전자는 차에서 내리지도 않더니만, 끝까지 정신 못 차리고 제대로 된 보험 증서를 보여주지도 않아서 결국 운전자 신상 정보만 받고 헤어졌다. 그중에 덜 충격한 차량은 그 자리에서 합의금 쇼부보고 집에 가는 기개를 보이기도 했다만, 우리는 일단 작은 사고가 아니어서 적어도 보험사를 통해서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성스레 변호사 사무실에 보낸 설명 그림
보기엔 괜찮은데 수리비 견적도 상당하다

 

-

마무리에 사고가 나기는 했지만 아무도 크게 다치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이 든다. 자이언 국립공원 이야기를 해보자면 정말 멋지고 웅장한 풍경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만, 입산 통제 때문에 제대로 즐기지 못해서 아쉬운 마음이 너무나 컸다. 안전상 문제로 통제를 하는 것이므로 어쩔 수는 없고, 결국 늦지 않게 아침부터 부지런히 출발해서 국립공원에 들어가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일 것 같다. 또 가는 길에 네바다-애리조나-유타 주를 거치게 되는데 운전석에서 보는 풍경만으로도 큰 즐거움이 있었다.

그리고 라스 베가스 역시 와이프와 나는 입을 모아 왜 이곳에 놀러 오는지 알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놀러 와서 하루 정도 미친 척 돈 쓰기 정말 좋은 도시라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튼 언제나 (내가 단독으로 계획하는)여행 일정에 잘 따라주는 와이프와 아들 덕에 즐거운 로드 트립을 잘 마칠 수 있었다.

푸터바

태그

알림

이 블로그는 구글에서 제공한 크롬에 최적화 되어있고, 네이버에서 제공한 나눔글꼴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카운터

  • Today :
  • Yesterday :
  • Tota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