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1월 셋째, 넷째 주: 겨울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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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16일. 요즘 내 평일 일상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도연이 어린이 집에 데려다주고, 골프 연습장으로 출근, 열심히 치고 다시 집에 와서 축구를 본다. 토트넘 진짜 개 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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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금요일. 팔에 통증이 쫌 심해져서, 골프 스윙에 변화를 줬다. 백돌이 주제에 대단한 깨달음이 있어서 바꾼 건 아니고, 너무 힘으로 치다 보니 공도 잘 안 맞고 부상도 생기는 것 같아 이런저런 고민하다가 크게 바꿔봤다. 굳이 적어보자면 백스윙을 간결하게 하고 몸을 더 크게 열어주며 치는 방식. 아무튼 그랬더니 아이언이 좀 잘 맞는다.
캘리포니아는 1월에도 따뜻하다. 너무 자주 이야기하는 거 같아서 지겹지만, 이곳의 날씨는 정말 축복이다. 역설적으로 1월이 골프 치기 제일 좋은 날씨인 거 같다. 아름다운 날씨에서 라운딩, 89타로 간만에 80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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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토요일. 미국에서 지겹게 장을 본다. 삼시 세 끼를 해 먹으니 재료가 금방 바닥나니, 장을 자주 볼 수밖에 없다. 장보기를 좋아하는 나인데, 슬슬 지겹다..
오후에는 친구 부부네와 같이 키즈 뮤지엄에 다녀왔다. 원래 유료인데 친구가 이벤트로 무료인 걸 챙겨줘서 우리도 같이 무료로 갈 수 있었다. 공짜 짱!
추운 날씨임에도 아이들이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야외와 실내 모두 안전하고 알차게 구성되어 있었다.
저녁에는 우리의 추천으로 차이나타운 'Jade Wok'에 방문. 이 집 Homemade Tofu 누가 싫어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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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일요일. 집에서 푹 쉬다가 오후에 그로브 몰 산책.
저녁에는 도연이 이발을 해줬는데 맘에 들게 잘되었다. 이발 실력이 꽤 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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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월요일. 공휴일인 마틴 루터 킹 데이였다. 예전부터 가보려고 구글 지도에 저장을 해두었던 'Lake Arrowhead'에 가보기로 했다. LA에서 북동쪽에 있는 산속 호수인데, 옆의 큰 'Big bear Lake'와 함께 'Little Bear Lake'라고 불리는 곳이다. 차로 한 시간 반 정도 걸려서 높은 산을 올라가면 그 위에 호수를 볼 수 있다.
목적지가 생각했던 것보다 높은 곳에 있어서 예상과 많이 달랐다. 우선 가는 길에 도연이가 힘들어했고(귀 아파함), 도착해서 너무 춥고 바람이 많이 불었다(거의 섭씨 5도). 도착하자마자 너무 추워서 일단 괜찮아 보이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The Lakefront Tap Room'이라는 식당 겸 바였다.
호수가 너무나 잘 보이는 명당 중의 명당으로 안내를 받았다. 강풍에 파도가 넘실대는 호수를 보며 맛있는 음식과 맥주를 마셨다. 음식도 맛있고 친절했던 식당. 점심 식사를 마치고 호수 변을 잠깐 걸었는데, 오랜만에 동북아시아 겨울 느낌의 강풍과 추위를 느꼈다. 이 정도 추위를 예상치 못하고 얇게 입고 와서, 오래 산책은 못하고 바로 차로 도망쳐야 했다.
Bigbear Lake는 대중에 오픈된 호수고, 이곳 Arrowhead는 호수 주변에 호텔과 집으로 둘러싸여 있어 프라이빗한 느낌의 호수다. 겨울보다는 여름철에 더위를 피해 1박 이상 즐기는 곳이라고 느꼈다. 그래도 주말에 드라이브 겸 잠깐 다녀오기에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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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은 집에서 쉬고, 수요일에 집 주변 공립학교 투어를 다녀왔다. 도연이 나이에 해당하는 Pre-K가 어떨지 한번 구경하기 위해 사전에 예약을 해뒀다. 집에서 가까운 '핸콕 파크 Hancock Park' 초등학교까지 걸어서 3분이다.
학부모 자원봉사자가 투어를 진행해 주었는데, 잠깐 참관을 했을 뿐인데도 우리 어릴 때와 너무 다른, 자유 분방하고 아이들의 개성을 존중해 주는 분위기에 감동을 받았다. 요즘 초등학교나 유치원이 어떨지는 모르겠으나, 우리 때 태극기와 선생님만 바라보며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 그리고 심지어 쳐맞기까지 했던 기억과 맞물려 이곳에서 공부하는 어린이들이 너무 부러웠다. 한국도 지금은 많이 좋아졌겠지.
아쉽게도 도연이 나이의 클래스는 정원이 꽉 찼고, 대기 인원도 있어 우리 미국 생활 기간 입학은 좀 어려울 것 같다는 안내를 받았다. 안타까웠지만 지금 다니는 어린이집도 괜찮고(물론 비용 차이가 크지만), 미국 초등학교를 구경한 셈 쳤다. 나중에 엄마 아빠가 돈 많이 벌면 미국으로 대학 보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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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목요일. 와이프와 시타델 아울렛 쇼핑. 폴로 구경하고 올드 네이비에서 사는, 그런 소시민적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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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금요일. 와이프와 같이 USC에서 공부하시는 분 부부와 같이 점심 약속이 있었다. 내가 다니는 회사의 계열사에서 계시기도 해서 재밌는 이야기를 하면서 식사를 했다. ROW DTLA에 있는 피자집에서 피맥을 했다. 잊고 있었던 자동차 도난 트라우마가 다시 떠올랐다..
타국에서의 삶을 서로 공유하는 건 정말 재밌는 일이다. 친절하시고 재밌는 분들이시고 게다가 밥도 사주셔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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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26일 주말. 주말 아침은 웬만하면 파스타. 마트에서 판체타랑 페코리노 로마노 치즈 같은 (한국 동네 마트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식재료를 쉽게 접할 수 있어 까르보나라를 한 번 만들어 봤다. 의외로 요즘 가장 구하기 어려운 재료는 계란이다. 동네 마트 네 군데를 돌아도 계란이 없는데, 캘리포니아에 조류독감이 돌아서 계란 공급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토요일 저녁에는 킹갓성비 시즐레에 다녀왔다. 도연이도 재밌어하며 잘 먹어서 좋았다.
간만에 비가 꾸준히 오기 시작했다. 아직 작게 남아있는 산불이 시원하게 꺼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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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28일 새로운 한 주 시작. 드디어 계란 발견!
백수 생활 중에 제일 좋은 점은 뭐니 뭐니 해도 아들과 행복한 시간을 더 많이 보낼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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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수요일. 홈코스 Balboa에서 87타. 팔 부상으로 스윙을 좀 바꿨더니 일관성이 좀 좋아졌다. 하.. 더 잘 칠 수 있을 거 같으면서도 퍼터라든지 숏게임에서 자꾸 실수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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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목요일. 와이프의 추천으로 비버리 힐즈 구경을 다녀왔다. 비버리힐즈 공공도서관에 주차하면 무료!
명품 샵과 비싼 레스토랑만 즐비하겠거니, 하고 큰 기대 없이 갔는데 생각보다 동네가 예쁘고 샵들도 구경하기 잘 되어있었다. 물론 산 건 없음. 아마 와이프가 오자고 안 했으면 안 왔을 것 같은데, 그래도 와보니 유명 관광지답게 기억에 남는 곳이었다. 아, 그리고 중국인이 정말 많았다.
1월도 지나갔다. 나름 겨울이라고 쌀쌀했던 날씨가 조금씩 풀리고 있는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 정도 날씨가 쭉 유지되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미안하지만 한국 날씨는 하나도 안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