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행) 3일차 - 뉴올리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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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피곤했는지 모두 늦잠을 자며 늦게 일어났다. 오늘은 특별한 목적지 없이 프렌치쿼터 거리 산책을 나섰다.
몇 군데 길거리 공연을 보다가, 사람들이 유난히 많이 모여있는 한 곳에 멈춰 섰다. 엄청난 재즈 공연이 한창이었다.
가운데 연주자의 클라리넷 연주가 가히 가슴을 울리는 느낌이었다. 나중에 찾아보니 'Doreen Ketchens'라는 정말 유명한 클라리넷 연주자와 그녀의 밴드였다. 밴드 일정표도 확인해 보니, 정말 운이 좋게 그날 그 시간에 지나가고 있어서 공연을 볼 수 있었다. 길거리 공연이지만 여느 연주회 공연만큼 멋지고 인상적이었다. 수많은 거리의 연주자들이 뉴올리언스의 길거리를 낭만으로 채우고 있었다. 도연이를 통해 팁박스에 작은 관람료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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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다 보고, 뉴올리언스 대성당과 미시시피강이 보이는 '잭슨 스퀘어'에서 잠깐 시간을 보냈다.
서울에서나 LA에서나 공원에 자주 가지만, 평범해보여도 역사적인 명소가 주는 위압감은 다르긴 하다. 잠깐 벤치에 앉아서 햇빛을 즐기며 주변을 감상했다.
오후에는 '바유 Bayou', 즉 늪지대 투어가 있어서 공원 옆 눈에 보이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렇게 배고프지는 않았지만 투어 전에 뭐라도 먹어야 해서 먹었다만(특히 어린 아들), 적당히 대충 때운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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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정도 우버를 타고, 남쪽 늪지대로 이동한다.
도착해서 작은 선착장에서 배를 탔다. 20명 정도 규모가 한 배를 타고 이동하는데, 가이드가 바유와 악어를 포함한 이 지역 서식하는 동식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준다. 날이 유난히 추워서, 악어를 못 볼까 걱정이 되었다. 실제로 날씨가 추운 겨울 기간에는 못 보는 경우도 종종 있는 듯했다.
좁은 물길을 따라가다 보면 멋지게 펼쳐진 곳도 보인다. 게임 '레드 데드 리뎀션 2'에서 이런 늪지대에서 여러 번 악어한테 잡아 먹힌 장면이 떠올랐다. 실제로 레데리 2 일부 지역이 뉴올리언스(프렌치 쿼터+바유)가 배경이다.
조금 가다 보니 사람들이 한 방향을 가리키며 몰려들었다. 악어였다!
야생의 악어를 보니 동물원의 악어와 달리 눈빛이 다르긴 했다. 도연이도 가까이서 보더니 온몸을 벌벌 떨었다. 예전에 동물원에서 호랑이 처음 봤을 때도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이 떨더니만, 귀엽다.
이후에도 꽤 많은 악어를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이 발견해서 서로 알려주는데, 그들은 정말 눈이 좋다. 추운 날씨임에도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도연이에게도 좋은 현장 학습(?)이 된 거 같아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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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으로 호텔에서 배달을 시켜 먹었다. 아시안(밥)을 시켰다는 것은 배가 정말 고팠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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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재우고, 원래 같으면 나도 핸드폰이나 보다가 잤겠지만, 왠지 아쉬워서 피곤한 몸을 이끌고 혼자 밖으로 나왔다. 재즈바를 포함한 여러 바와 펍 중에 어디 갈지 너무 고민이 되었다. 구글을 찾아보니 아주 오래된 바가 있다고 해서 가봤다. 그리고 그 바에서는 정말 유명한, 한국에서는 찾기 힘든 술을 판다고 해서 들어가 봤다. 바로 '압생트 Absinthe'라는 술인데, 여러 향신료와 특히 '쓴쑥'이라는 약초를 원료로 하여 만든 것이다. 한국에서는 저 '쓴쑥'의 사용이 금지된 재료라 제대로 된 압생트를 먹기 어렵다고 했다.
들어가서 바에 앉아 압생트 한잔을 주문했다. 독특한 정통 방식으로 제조해 주는데, 보는 재미가 있었다.
반 고흐가 즐겨마셨다는 술. 도수가 꽤나 셌다. 맛이나 향도 이색적이었다. 옆 자리에는 친구들과 온 아저씨들이 있었는데 즐거워 보였다. 친구들이 잠깐 생각났고(술마실때만 찾는 편), 간단히 연락을 해봤다. 생각난다고 했더니 자기들끼리 술약속을 잡던..
몇 잔 더 마실까 싶었지만, 술이 독하기도 했고 너무 늦어지기 전에 숙소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