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행) 1, 2일차 - 뉴올리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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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 중 비행기 타고 멀리 떠나는 여행지의 첫 번째 선택 기준은 '한국에서 오기 어려운가'이다. 몇 주간 구글맵만 들여다보며 어디가 괜찮을지 둘러보다가, 뉴올리언스가 눈에 들어왔다. 재즈의 발상지인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고, 조금 더 찾아보면 미국 전통 음식인 '소울 푸드'로도 유명하고, 또 미국 초기 역사와 맞물려서 유럽의 영향을 받은 건축물도 매력적으로 보였다. 그리고 특이한 자연환경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있는 요소로 보였다. 텍사스와 최종 고민하다가, 기왕 좀 더 생소한 루이지애나, 뉴올리언스에 가보기로 결정. 가는데 3시간 반, 오는데 4시간 반 걸리는 꽤 먼 거리다. 시차도 LA보다 2시간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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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은 시간대를 고려하여 가는 편은 스피릿 항공, 오는 편은 델타로 예약했다. 스피릿의 악명에 대해 겁이 좀 많이 났었는데, 미리 좀 알아보고 가서 큰 당황은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정말 '아무것도 없는' 비행기는 처음 보니 좀 신기하긴 했다. 뭐, 무엇보다 안전하기만 하면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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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는 뉴올리언스 관광의 중심인 '프렌치 쿼터' 쪽으로 잡았다. 'Homewood Suites by Hilton New Orleans French Quarter'이 숙소의 풀네임. 합리적인 가격인데도 방도 넓고 깨끗한 편이었고, 그냥저냥 조식도 포함되어있어서 여행 내내 만족했다.
도착하자마자 늦은 저녁시간이어서, 바로 우버 이츠 배달을 시켜먹었다.
시차도 LA보다 2시간 빠르다보니, 이른 오후에 비행기 타고 내려서 호텔에 오니 늦은 밤이 되어버렸다. 아내와 아들은 침대에, 나는 소파 베드를 펴고 그 위에서 잠을 잤다. 소파 베드가 삐걱거리긴 했지만, 이게 어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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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미국의 평범한 호텔의 평범한 조식을 맛있게 먹었다. 4박 5일 내내 아들과 열심히 내려와서 먹었다. 아내는 몸이 아파서 잠을 더 자거나, 늦게 따로 내려와서 먹었다.
드디어 채비를 마치고, 뉴올리언스 시내로 나섰다. 사실 뉴올리언스 프렌치 쿼터 부근에 볼거리가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대부분 걸어 다닐 수 있고, 조금 멀면 우버를 타고 다니면 된다.
일단 날씨가 진짜 말도 안되게 추웠다. 날씨 앱을 보니 섭씨 4도 부근이었다. LA에선 상상도 못 할 추위였고, 오랜만에 강추위를 느껴서 좀 놀랐다. 뉴스에서도 자주 나왔지만, 북극의 찬 공기가 비정상적으로 남쪽으로 내려와서 미국 중부, 동부에 한파가 들이닥쳤다고 했다. 어쨌거나 비가 조금 내리고 그친 뉴올리언스의 첫인상을 마주하러 길거리를 걸어봤다. 프렌치 쿼터의 첫인상은 정말 기가 막혔다!
'프렌치 쿼터'는 이름 그대로 이 지역이 프랑스의 식민지 시절 세워진 동네이다. 형형색색의 유럽 양식의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골목 구석마다 자리잡고 있었다. 길거리에는 카페와 바, 그리고 멋진 레스토랑들이 즐비했다. 와이프와 함께 '이곳이 미국의 근본이다!'를 외치며 프렌치 쿼터를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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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첫 목적지는 '카페 드 몽드 Cafe du Monde'라고 하는 유명 카페였다. 열심히 30분 걸어서 갔는데, 카페의 본점이 아닌 지점에 도착해버려서, 다시 우버를 타고 본점까지 가는 헛수고를 해버렸다.
안에 자리가 있어서 그쪽에 앉았다. 유명한 'Beignet 베녜'를 먹기 위해 온 것이다. 워낙 유명한 음식이다 보니, 여행 전부터 베녜를 꼭 먹어보고 싶었다. 시장통 같은 분위기 속에서, 종업원이 주문을 쓱 받아가서 금방 가져다준다.
엄청난 설탕 가루가 뿌려진 도넛 같은 빵을 갈라서 먹어본다. 속이 뜨겁고 쫄깃하고 맛있다. 한국의 찹쌀 도넛같은 식감이다. 성의 없이 만든 것 같은 빵이지만 자꾸 먹게 되는 맛이었다. 현금만 받는 곳인데, 현금이 더 없어서 더 못 먹고 나온 것이 아쉽다. 돈 더 뽑아서 더 먹었어야 해..
카페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게 당 섭취를 하고 있었다. 평생 잊지 못할 분위기의 멋진 카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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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나와 점심 식사를 하러 식당을 찾아봤다. 루이지애나 전통 레시피인 '크레올' 음식을 먹으러 구글 맵을 둘러봤더니, 가까운 곳에 괜찮은 평점의 식당이 나온다. '검보 샵 Gumbo shop'이라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박씨가 아직 몸이 안좋아서, 입맛이 없다하여 요리 하나만 시켰다. 크레올 요리를 이것저것 먹어보고 싶어서 플래터를 시켰더니, 새우 크레올, 잠발라야, 콩 그리고 작은 해산물 검보 스프가 나왔다. 베녜를 먹어서 배가 많이 고프지 않았음에도 꽤 맛있게 먹었다. 우리 입맛에도 어색하지 않고 친숙한 향신료들의 맛이 났다. 음식대장 박씨가 입맛이 없어서 많이 못 먹어서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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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서 좀 쉬고, 늦은 오후에 다시 나와서 재즈 공연을 볼 수 있는 카페로 가봤다. 'Musical legends park'라는 곳에서 공연이 열리는데, 그 옆에 카페와 바가 있어서 자연스럽게 음식과 공연을 같이 볼 수 있는 곳이다.
'카페 베녜'에서 당연히 베녜를 시켰다. 오전에 '카페 드 몽드'에서 먹은 베녜와 조금 다르다. 나중에 알아보니 뉴올리언스 카페마다 베녜의 모양과 맛이 조금씩 달라서 각자 특색이 있다고 했다.
테이블마다 설탕 가루가 떨어져 있어 엉망진창이다만, 별로 신경 쓰이지 않는다. 이곳 베녜는 속이 촉촉하고 빵이 꽤 컸다. 커피와 빵과 재즈, 행복한 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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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조차 독감에서 컨디션이 완벽히 돌아오지 않았다. 모두의 컨디션 관리를 위해, 숙소에서 또 쉬고 저녁 식사를 위해 나왔다. 'Red fish 레드 피시'라는 뉴올리언스 스타일 레스토랑으로 갔다. 식당 규모가 꽤 컸다.
시키다보니 튀김 요리만 나와서 당황했다. 그래도 맥주와 함께 튀김 요리들을 맛있게 즐겼다. 종업원들도 친절하고, 식당 분위기도 밝고 음식도 괜찮아서 만족한 식당이었다. 생선은 'Catfish 메기'였는데, 살이 부드러워서 기억에 남는다.
배부르게 잘 먹고 어두워진 프렌치 쿼터 거리를 걸어서 숙소로 돌아왔다. 관광지의 중심이다 보니 안전한 느낌은 있었지만, 그래도 종종 보이는 홈리스 때문에 아들의 걸음을 재촉했다.
거리 한켠에선 새해 첫날에 프렌치 쿼터에서 있었던 끔찍한 테러를 추모하는 작은 공간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