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12월 넷째 주: 연말 이것저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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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일요일. 발레 클래스에서 간단한 공연을 해서 와이프와 같이 보러 갔다. 우당탕탕이지만 그래도 열심히 하는 아이들이 귀엽다.
귀국 후 한식을 엄청 열심히 만들어 먹었다.
오후에는 다 같이 헐리웃 거리에 다녀왔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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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월요일. 어린이집이 방학으로 쉬는 날이라, 도연이와 방학 동안 필요한 식료품을 사러 코스트코에 다녀왔다. 마트 반대론자였던 울 아들이 이제는 마음을 조금은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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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크리스마스 이브. 사건 당일. 오전에 다운타운에 힙한 분위기의 상점가들이 모여있는 Row DTLA에 다녀왔다. 과거 농산물 시장과 창고였던 공간을 개조하여 패션, 식당 등으로 바꾼 것이다.
오전이라 그런지 아직 열지 않은 상점도 보였고, 또 편집샵에서 옷을 살 재력이 안 되는 우리는 밖에서 조금 구경만 했다.
점심을 먹기 위해, 근처의 유명한 'Urth Cafe'에 방문. 카페 앞에 유료 주차장이 있는데, 그 10불을 아낀다고 스트릿 파킹을 했다. 이때 와이프에게 정확히 이 말을 했다. "운전 반년 했더니, 이제 스트릿 파킹해도 괜찮은 곳을 알 거 같다^^"
저녁에는 크리스마스 이브인 만큼, 와인과 곁들일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저녁 먹고 소파에서 쉬고 있는데, 핸드폰 알람으로 파파이스에서 55불 결제 알림이 왔다. "뭐지?", 이 카드는 내 차 콘솔 박스에 두는(!) 카드인데. 차에 가서 확인해 보니 카드가 보이지 않았다. 같이 둔 운전면허증과 현금도 보이지 않았다. 혼란스러웠지만 바로 카드 정지를 해놓고, 와이프의 조언에 따라 경찰서로 가서 리포트를 하러 갔다. 날도 춥고 겁도 나고 경찰서 주변은 분위기도 안 좋고, 벌벌 떨면서 경찰서에 찾아갔다. 경찰서에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이런 건은 온라인으로 접수하는 건이라고 하며 안내문 한 장을 준다. 그래, 이전에도 들었는데 몇 천불 도난 건도 미국 경찰서에서는 신경도 안 쓴다고 들었던 것 같다. 집에 돌아와 아내의 위로를 받았지만, 나름 범죄의 피해자가 되어보니 기분이 우울했다. 보통 훔친 당일에 카드를 써본다고 가정한다면, 아마 오늘 오전에 스트릿 파킹을 해둔 동안 문을 열고 가져간 모양이다. 55불 소박하게 파파이스를 드신 그분이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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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크리스마스. 미국에 정이 떨어진 상태. 그래도 크리스마스이니 밖으로 나왔다. 다운타운과 달리 평화로운 버뱅크 지역으로 왔다.
크리스마스라서 많은 상점들이 문을 닫았고, 거의 유일하게 오락실이 문을 열어서 잠깐 들렀다. 거기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다가 왔다. 전자 소리가 주는 도파민에 절다보니 확실히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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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낮에 와이프와 둘이 LA의 유명 바베큐 맛집인 'Bludso's BBQ'에 다녀왔다. 넷플릭스 바베큐 예능에서 블럿소씨가 심사위원으로 나온 걸 본 적이 있어서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분위기가 스포츠 펍처럼 캐쥬얼한 분위기였고, 점심시간에 갔더니 런치 메뉴를 시킬 수 있어서 좋았다. 맛도 물론 훌륭했다. 다음에는 친구네 가족과 함께 가서 이것저것 시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요즘 잘나간다는 쿠키 가게도 잠깐 들렀는데, (맛은 있지만) 왜 그렇게 인기가 많은지는 잘 모르겠던..
그나저나 며칠 전부터 마른기침이 자꾸 나더니 목이 엄청나게 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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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토요일.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예쁜 식당가와 카페 거리가 있다고 해서 가봤다. 동네 이름은 'Palisades 팰리세이즈'라는 곳인데, LA에서 손에 꼽히는 부촌이라고 했다. 차로 지나가는데 거대하고 깔끔하게 정돈된 미국식 집들이 많이 보였다. 쇼핑몰이나, 카페나 식당들도 모두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예쁘게 잘 꾸며져 있었다. 괜찮아 보이는 이태리 식당에 들어가서 점심 식사를 했다. 라비올리와 피자가 모두 맛있었다!
마을이 인상깊을 정도로 예뻐서, 다음에 또 오자고 이야기를 했다. 그렇지만 며칠 뒤에 이 동네를 포함, LA에 큰 화마가 덮쳐서 걱정이 크다. 게다가 이 날 오후에는 한국에서 큰 사고가 나서 여러모로 마음이 안 좋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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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30일, 31일. 나 포함 온 가족이 독감에 걸렸다. 나는 이틀정도 심하게 앓았고, 아들은 독감 예방 주사 덕인지 다행히 하루정도 앓았다. 와이프가 문제였는데, 너무 심하게 앓아서 다 낫는데 열흘 정도 걸린 듯하다. 내가 먼저 회복을 하고 가족들을 최대한 간호를 했다. 집에서만 있었는데 밖에서는 폭죽 소리, 옆집에서는 파티 소리가 심각하게 시끄러웠다. 미국 애들은 폭죽을 정말 심각하게 좋아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다가 불 날 수도 있겠단 생각도 했다(!). 한국에서도 대형 참사가 있었고, 가족들은 모두 아프고, 이래저래 조금 가라앉은 분위기에서 2024년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