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11월 넷째 주: Joshua tree National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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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금요일. Woodley Lake 연습장에 어김없이 출근하고 왔다. 지성이면 감천 메타로 연습 중.
어린이집에서 아들을 데리고 오는 길에 내일이 주말이니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너도 벌써부터 주말이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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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토요일. 친구 부부 가족이 모터쇼에 가자고 해서 같이 다녀왔다. 사실 차에 큰 관심이 없는 편인데 와이프가 시험 공부도 해야 하고 자리도 비워 줄 겸 다녀와봤다. 'LA 오토쇼'가 정식 명칭인데, 어린아이는 무료입장이라 좋았다. 친구 말로는 세계적으로도 규모가 큰 모터쇼라고 했다. 들어가자마자 현대 부스가 크게 있어서 가슴이 웅장해졌다. 미국 생활하며 느낀 점 중 하나는 길가에 한국 자동차가 정말 많이 보인다는 것이다.
친구는 전기차에 관심이 많아 이차 저차 보며 재밌어했다. 나는 전기차보다는 내연 기관 픽업트럭이나 SUV에 더 눈이 갔다. 제조사별 부스에서 기념품 증정, 퀴즈, 탑승 체험 등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어서 꽤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도 생각보다 재밌게 따라줬다.
집에 오는 길에는 '라성 돈까스'라는 한국식 돈까스 집에서 푸짐하게 시켜서 먹었다. 오랜만에 맛보는 저 맛들이 정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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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일요일. 요즘 도연이가 레고에 푹 빠져있어서, 잠깐 외출 겸 레고 매장이 있는 웨스트 필드에 다녀왔다.
레고 샵에서 9.99불 짜리 작은 경찰차를 하나 사줬는데도 너무 행복해하는 아들을 보니, 내 쓸 돈 좀 아껴서 더 많이 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씨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식당인 하이디라오에서 맛있게 점심도 먹고 왔다. 아들이 설명서도 보고 나름 혼자 레고도 만드는 걸 보니 꽤 컸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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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늦은 밤에 펑펑 소리가 나서 밖에 나가보니 크리스마스 한 달 전이라고 그로브 몰에서 폭죽놀이를 거하게 하고 있었다. 멀리서도 보이는 엄청나게 큰 트리에도 벌써 점등을 해둔 것 같았다. 시간 날 때 한번 보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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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화요일. Woodley Lake 라운딩에서 101타를 치고 왔다. 참고로 모든 스코어는 땡그랑 스코어입니다(구차). 비가 좀 와서 쉽지 않았지만 모두 다 핑계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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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수요일. 내일부터 주말까지 5일간 Thanksgiving 연휴다. 내일 1박 2일로 Joshua tree National Park에 1박 2일로 다녀오기로 해서 장도 보고 준비를 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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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느즈막한 아침에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으로 출발. 차로 여유 있게 2시간이면 가는 거리라서 큰 부담이 없는 곳이다. 숙소는 에어비앤비에서 RV 캠핑카를 예약해 두었다. 가격도 20만 원 정도로 저렴했다.
안에는 침대, 간이 침대가 있었고, 식탁과 부엌, 그리고 샤워실이 딸린 화장실도 있었다. 히터도 잘 나왔고 전체적으로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조금만 더 깨끗했으면 좋았을 테지만, 그렇다고 불쾌한 정도는 아니었다.
사이트 이용객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클럽하우스에는 커피와 간식, 놀이 시설과 샤워실이 있었다. 나와 도연이는 샤워를 여기서 하면 되겠다 생각했다.
근처에 많은 식당가 중에, 처음 보는 햄버거 가게가 있어서 가봤다. Arby's라는 로스트비프 버거를 대표로 하는 곳인데, 특징이 확실해서 기억에 남는 곳이다. 진짜 10시간 가까이 로스팅을 해서 만든다고 홍보를 하는 곳이었다. 심심해서 찾아보니 매니아 층이 있는 햄버거 가게였다. 조금 짠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먹는 느낌이 들었고, 개인적으로 또 갈지는 의문.
입장 전 비지터 센터에서 국립공원에 올 지 모르니 국립공원 연간 패스를 구입했다. 보통 이런거 사면 더 안 가게 되던데..
연휴를 맞아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 입구에서 꽤 시간이 지체되었다. 드디어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에 입장! 입장하고 바로 눈에 들어오는 첫 비스타 포인트에 차를 세워 주변을 살펴보았다.
처음 보는 조슈아 트리를 가까이서 살펴보았다. 이색적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마르고 앙상한 느낌이 나는 나무가 넓은 사막에 수천 그루가 펼쳐져 있으니 외계 행성에 온 것만 같았다. 차에 다시 타서 인기가 많은 트레일 중 하나인 '히든 밸리 네이쳐 트레일'로 향했다.
30분 정도 걸으면 크게 한 바퀴 돌 수 있는 트레일이다. 아이와 함께 하다 보니 험한 돌길도 나오고 해서 절반 조금 못돼서 갔다가 다시 왔던 길로 돌아왔다. 그래도 충분히 대자연을 느낄 수 있는 루트였다.
해가 지기 시작했다. 날이 정말 쌀쌀해지기 시작했다. 반바지를 입고 왔는데 무릎이 시렸다.
별을 보기 위해 'Keys view'라는 밤하늘 명소로 향했다. 조금 가다 보니 길이 막히기 시작한다. 해가 조금 있으면 질 텐데, 이 정도 정체면 주차는 절대 어려울 것 같았다. 과감하게 유턴해서 조금 한적한 포인트에서 내렸다. 'Keys view'를 너무 가고 싶었는데, 못 가서 너무 아쉬웠다. 지금 생각해 보니 어디서든 다 같은 하늘이고 또 조금 안 보이면 어떤가.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게 어리석었다는 생각이 든다. 노을을 바라보며 해가 지는 것을 기다렸다. 몇몇 학생들이 보여서 같이 사진도 찍어줬다. 그 친구들이 우리 가족이 귀엽다며(?)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줘서, 고마워서 간식으로 가져온 소중한 내 최애 한국의 꿀꽈배기 과자를 선물해 줬다.
완전히 어두워지고 밤하늘에 엄청난 별들이 보였다. 챙겨간 삼각대와 카메라를 설치하고 사진을 몇 장 찍었는데, 사진 모드를 잘못 설정해서 별이 잘 안 보이게 나왔다. 그래도 그믐달 때와 맞물려 하늘엔 엄청나게 많은 별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아들 도연이도 이렇게 많은 별들은 처음 봤을 거다.
숙소로 와서 매운 어묵+우동을 끓여 먹었다. 몸이 사르르 녹는 느낌, 도연이도 정말 잘 먹었다. 그리고 도연이가 꼭 해보고 싶었다던 마시멜로우를 불 앞에서 구워 먹었다. 옆 자리에는 멋진 노부부가 와계셨는데, 마시멜로우 굽는 법도 잘 알려주시고 재밌는 말씀을 많이 해주시는 친절한 분이셨다. 아내와 아들은 먼저 잠이 들고, 밖에 나와 억지 감성으로 밤하늘을 보며 맥주 한 캔을 마시고 잠을 잤다. RV는 외풍이 좀 있었지만 강력한 히터로 그렇게 춥지 않게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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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으로 IHOP에 와서 식사. 지나다니거나 이야기만 많이 했지 직접 와본 것은 처음이었다. 평소에도 팬케이크와 오믈렛 같은 미국식 아침을 많이 먹기도 하고 좋아해서, 만족하며 식사를 했다.
바로 집에 가기 좀 아쉬워서, 연간 회원권 끊은 김에 국립공원에 다시 들어가 한두 군데만 더 보고 가기로 했다. 처음 간 곳은 'Barker dam trail'. 원래는 이 지역에 쓸 물을 저장하기 위해 댐을 만들어서 물이 있는 시즌이 있는데, 아쉽게 이 날은 물이 없었다. 물이 있으면 훨씬 아름다운 풍경이었을 것 같다.
가볍게 아침 산보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유명한 'Skull rock'을 보고 왔다. 사람이 많기도 해서, 해골 모양 돌 앞에서 사진만 찍고 나왔다.
이렇게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는 길에 디저트힐 아울렛에 들러서 뭐라도 살게 있나 구경하려고 했는데 주차장 들어가는 데만 30분이 넘게 걸리고 주차장 자리도 찾기 어려워서 그냥 돌아왔다. 블랙 프라이데이에 아울렛을 가려고 했던 어리석음을 반성했다.
세콰이어에 이어 두번째로 다녀온 국립공원. 캘리포니아 포함 미국 서부에 많은 국립공원이 있는데 여유가 된다면 몇 군데 더 다녀오고 싶다. 국립공원은 유독 갔다 오면 뿌듯하고 보람찬 여행이 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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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토요일. 집에서 푹 쉬고 오랜만에 도연이와 수영장에 다녀왔다. 어느새 11월도 끝이다! 계절의 변화가 한국만큼 변화무쌍하지 않다보니 시간의 흐름이 잘 안느껴지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