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활

24년 10월 첫째 주: Lego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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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이다. 어느덧 미국에 온 지 3개월이 지났다. 한국에 있는 친한 친구들은 미국 생활의 1/4이 지났다며 친히 카운트다운을 하며 알려준다. 더 격하게 놀고 경험하고 가보리라 다짐을 한다. 나중에 돌이켜봤을 때 돈 많이 써서 후회할 일은 없을 것 같고, 대신 집에서 잠 많이 자거나 돌아다니지 않은 걸 후회할 것 같다.

 

와이프 박씨의 생일이 2일인데, 미국에 있으니 한국 시간으로 해야 할지, 미국 시간으로 해야 할지 헷갈린다. 한국에서 연락은 미국 시간 1일에 많이 오는 듯했다. 박씨가 학교에 있는 동안, 도연이와 같이 서프라이즈를 준비했다. 홀푸드마켓 내 베이커리에서 케이크를 샀다. 오가닉 투성이 케이크가 30불이다. 맛은 솔직히 한국 파리바게트 선에서 정리 가능.. 여기는 케이크가 너무 달다. 오가닉이면 뭐 합니까 설탕을 때려 부으시는데.

 

홀푸즈, 홀푸즈, 오가닉, 오가닉

 

저녁 식사로 미역국을 끓일까 하다가, 최근 열심히 보고 있는 흑백요리사에서 최현석 셰프가 미역국 컨셉의 요리 '가자미 미역국'을 한 게 생각이 나서 유투브에서 레시피를 찾아보고 준비를 했다. 간단히 말하면 미역국에 생크림을 섞어 믹서에 갈고 그 위에 가자미 등을 올리는 음식이다. 살다 살다 가자미 뼈를 다 발라본다. 

 

 

나름 파인다이닝 레시피라고 양이 적었지만, 맛이 좋았고 도연이도 잘먹었다. 박씨가 학교에서 돌아와서 생일 노래를 부르며 축하해 줬다. 선물은 미리 주기는 했으나, 편지라든가 좀 더 잘 챙겨줄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더 잘 챙겨줘야지..

 

Happy Birth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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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수요일. 며칠 전부터 박씨와 트레이닝을 해왔다. 오늘은 박씨의 지인분들과 골프 라운딩을 하는 날이다. 박씨가 18홀 정규 코스에 첫 데뷔를 하는 날이기도 하다. LA 북동쪽에 위치한 Griffith Park GC의 Wilson 코스에서 라운딩을 한다.

 

1915년에 설립.

 

처음 뵙는 두 분과 인사를 하고 라운딩을 시작했다. 박씨 뿐만 아니라 다른 한 분도 아직 골프 초보 셔서, 다 같이 챙겨주며 라운딩을 했다. 중간에 뒷 팀에서 우리 보고 진행이 늦다며 지랄을 해서 좁 급하게 친 느낌이 있었다. 미국에서는 진행이 늦으면 저렇게 따져대는 인간들이 종종 보인다. 캐디가 없으니 플레이어들끼리 적극적으로 진행을 조율하는 느낌이다. 참고로 골프 라운딩을 다 마치고 시간을 보니 페이스보다 8분 정도 늦기는 했다.

 

 

사슴도 보고, 코요테도 보고, 두더지도 보며 재밌는 라운딩을 했다. 내 스코어는 94타, 와이프를 챙기느라 제대로 치지 못했다는 핑곗거리가 있어서 다행이다.

 

 

경기 후 식사를 추억의 씨즐러에서 했다. 평일 런치 뷔페가 인당 13불의 킹갓성비를 자랑한다. 골프 치고 사람들과 점심 식사를 씨즐러에서 한다니, 새삼 정말 미국 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없는 골프를 마치고 식사를 하며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K타운 근처에서 정말 한국스러운 카페에서 크림 라테도 마셨다. 미국에서 마신 커피 중 제일 맛있었다.

 

해지기 전까지 동네 애들 놀이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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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놀랍게도 오후 3시까지 잠을 퍼질러 잤다. 요즘 좀 머리가 아프고 컨디션이 안 좋은데, 환절기뿐만 아니라 잠을 많이 못 자서 인 듯도 하다. 이번 주말, 다음 주말 여행 일정이 있는데, 계획을 짜는 것도 나름 골치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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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금요일. 오전에 골프 연습을 다녀왔다. 어제 라운딩에서 처음 뵌 변리사분이 골프에 진심이셔서 좀 자극이 되었다. 그래서 LA 골프 플레이어 카드도 만들었다. 25불 주고 만들었는데 미리 라운딩 예약을 할 수 있는 점 말고는 특별한 장점은 없는 듯해서 괜히 만들었나 싶다.

 

두번째 방문한 마라샹궈 식당. 오늘은 유난히 대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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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친구 부부와 레고랜드에 가는 날이다. 9월, 10월 주말은 레고랜드에서 할로윈 컨셉으로 이벤트를 연다. 겁도 많으면서 오싹한 걸 좋아하는 아들이 반드시 좋아할 것 같아 1박 2일로 다녀오기로 했다.

 

 

코스튬은 한 달 전부터 알리에서 13불 주고 산 PJ Masks의 '캣보이'를 입혔다. 내 생각에는 그렇게 인기 많은 만화는 아닌데, 우연히 다른 주인공인 '개코'를 만나서 반가웠다. 많은 가족들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코스튬을 입고 주말을 즐기고 있었다.

 

멋쟁이 캣보이
엄마아빠와 달리 아들은 춤 따위 빼지 않는다!

 

여기에 온 어른들은 순전히 아이들을 위해 온 것이고, 그런 사람치고 나쁜 사람은 많지 않다. 모두 친절하고 양보하는 분위기의 놀이공원이다. 친절과 안전 그 자체 레고랜드. 오면 올 수록 만족하는 것 같고, 그래서 연간회원권이 하나도 안 아깝다.

 

오늘도 어김없이 코리안 BBQ를 먹었다. 그런데 저번만큼 감동이 크지는 않았다. 아마도 그때에 비해 한식 지수가 어느 정도 채워진 상태여서 그렇지 않았을까, 박씨와 자체 분석을 해본다. 호텔은 근처 'Hampton Inn'이라는 미국 스러운(고속도로 옆 저층 느낌) 호텔에서 묵었는데, 저렴한 가격대에 깨끗하고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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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일요일. 의욕이 넘쳐 레고랜드에 또 가자는 친구네 부부를 설득하고 LA로 올라가는 길에 적당한 곳에 잠깐 들르기로 했다.

 

도연이가 좋아하는 '로비'라는 호텔에서 먹는 '초식'

 

우리는 LA에서 조금 아래에 있는 '라구나 비치', 정확하게는 그보다 조금 더 아래에 있는 '트레저 아일랜드 비치'에 갔다. 차로 동네에 들어서니 깨끗하고 정돈이 잘되어있어 친구에게 물어보니, 역시나 잘 사는 부자 동네란다.

 

귀염둥이들, 사이가 너무 좋다

 

점심은 좀 더 올라가서 라구나 비치에 가서 먹기로 했다. 유명 해변답게 많은 사람들이 해변에서 놀고 있었다. 주변에는 멋스러운 식당과 상점이 많이 있었다. 미리 알아본, 평점이 말도 안 되게 높은 중식당에 갔다. 친구는 이 가게 평점 관리하는 곳 아니 나며 의심의 눈초리를 가지고 시작했다.

주말임에도 런치메뉴가 가능하다는 친절하신 종업원 분의 말을 듣고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메뉴가 하나씩 나오는데 먹음직스러웠고, 실제로 맛도 좋았다. 우리 모두 식사를 마치고 여기 평점 관리하는 그런 곳 아니라고 마무리를 지었다. 식당의 이름은 'Peony' 레스토랑이고, 친절한 맛집으로 추천.

 

 

라구나 비치에서 짧게 파도와 함께 놀이를 하며 주말도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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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Balboa GC에서 96타. 타수 줄이는 게 쉽지 않다. 그래도 좀 신기하고 만족스러운 건 90타대 스코어가 나오면 만족스럽지 않고 아쉽기만 하다는 게 조금은 발전한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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