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9월 넷째 주: Golf 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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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일요일. 며칠 전 코스트코에서 산 삼겹살이 너무 맛있어서, 이웃 친구 부부네(너무 많이 언급되니 별칭을 지어야 하나..)와 파크 BBQ를 했다. 전에 한번 해봤다고, 준비물도 금방 준비한다.
혹시나 양이 부족할까봐 동네 마트에서 제일 저렴한 스테이크용 등심도 사갔다. 그냥저냥 낫 뱃이었다.
메인은 돼지 삼겹살. MT고기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지만, 솔직히 맛은 감동이었다. 역시 돼지고기가 짱입니다.
저녁에는 이웃 대만 가족이 식사 초대를 해줘서 우육면을 맛있게 먹었다. 항상 받기만 해서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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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평소 같으면 제일 싫어하는 요일이지만, 킹갓백수는 전혀 두렵지 않은 요일. 오히려 기다려지는 Golf Day.
오늘도 Balboa GC. 평소와 다르게 카트를 나 혼자 탔다. 지난 몇 번의 라운딩에서는 항상 다른 사람과 함께 탔었는데, 이번에는 골프장에 혼자 타겠다고 했더니 가능하다고 해서 혼자 몰고 나왔다. 몇 군데 다녀보니 골프장이나 카트 상황에 따라 가능 여부가 다른 것 같다.
전반에는 평범하게 쳤는데, 후반 9홀에서는 버디 2개(심지어 이글을 할 뻔함), 파 3개를 해서 3오버를 쳤다. 총 84타로 소박하지만 라베를 했다. 아이언이 조금 잘 맞았고, 날씨가 선선해서 좋았고 무엇보다 카트를 혼자 탄 게 점수에 도움이 된 것 같았다. 혼자 카트 타는 것이 라운딩에 집중이 좀 더 되는 듯했다.
동네방네 자랑을 하고 다녔다. 며칠 동안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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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화요일. 며칠 전부터 알러지가 좀 심해졌다. 환절기 일교차가 너무 커서, 몸 컨디션이 좋지 않다. 집에서 푹 쉬고 넷플릭스에서 흑백요리사를 열심히 시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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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다음 주에 와이프 지인분들과 라운딩 약속이 있다. 초보자 박씨와 함께 골프 연습을 다녀왔다. 박씨가 과연 잘 칠 수 있을 것인가.
골프 연습이 끝나고 골프장이 있는 Encino 지역의 Korean BBQ 가게가 있어 찾아갔다. 'House of Galbi'라는 곳인데, 런치 메뉴로 30불 정도로 무한 고기를 제공한다. 미국에선 이런 식으로 무한 제공 형태의 Korean BBQ가 대부분이다. 무엇보다 반찬이 정말 한국 식당에서 먹는 것처럼 맛있었다. 특히 김치류가 감동. 타지 생활하며 한식에 대한 애정이 샘솟는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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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도 골프 연습.
근처 로컬 햄버거 가게에 왔다. 저번에 한번 왔었다가 현금이 없어서 되돌아간 곳이다. 현금만 받는다.
칠리 치즈 버거를 먹었는데, 빵이 맛있고 야채가 많아서 좋았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햄버거의 절대 기준 'In-N-Out'을 넘기는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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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박씨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9홀만 다녀왔다. Altadena GC라는 곳인데, 도착하니 잔디 range가 있어서 감동했다. 시간이 조금 여유가 있어서 작은 바구니 하나 정도 연습했다. 잔디에서 연습을 하니 정말 너무 좋았다.
라운딩은 중국 사람 3명과 함께 했다. 고등학교에서 잠깐 배운 중국어 실력을 선보였더니 역시나 너무 좋아한다. 중화권 이웃들과 할 때도 내 중국어를 듣고 좋아하는 걸 자주 본다. 늘으라는 영어는 안 늘고 중국어만 늘고 있는 중이다. 골프장은 위 사진처럼 흙바닥이 많아서 별로였다. 게다가 내가 간 날에 그린에 펀칭이 너무 많이 되어있어 제대로 된 퍼팅이 도저히 불가능했다. 첫인상이 좋지 않아 앞으로 또 갈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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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도연이가 며칠 기침을 계속하더니 결국 감기에 걸렸다. LA의 환절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낮에는 35도까지 올라가고, 한밤 중에는 15도까지 내려간다. 게다가 옛날 집은 단열도 잘 되지 않아, 9월인데도 전기담요와 라디에이터를 켜며 잠을 자고 있다.
낮이 되니 컨디션이 좀 좋아져서, 박씨가 아침에 싼 김밥을 가져가 집 근처 타르 피츠 공원에서 피크닉을 했다.
아주 약간의 타르 냄새만 빼면 완벽한 공원이다. 홈리스도 없고, 사람도 그렇게 많지 않아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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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에는 키즈 발레 클래스에 다녀왔다. 내가 헬스장을 안 가니 도연이라도 수업 보내서 뽕을 뽑아야지..
원래 차 타고 좀 멀리 다녀오려 했는데, 도연이 컨디션을 고려해 가까운 그리피스 천문대에 다녀왔다. 멀리서 항상 보기만 했지 직접 가는 건 이번 LA 와서 처음이다. 주말 해질 무렵에 가는 거라 좀 걱정이 되었지만, 그래도 절대 거리는 가까워서 마음의 부담은 덜 했다.
몇 년 만에 다시 온 추억의 장소다. 결혼 전 박씨에게 프로포즈를 이곳에서 했었던 곳이다. 영상으로 찍어뒀었는데 랜섬웨어에 감염되어 영상이 날아갔던 기억도 되살아났다. 아무튼 프로포즈를 했던 곳에 아이와 함께 오니 감회가 새로웠다.
역시나 노을이 아름답게 지고 있었고, 때맞춰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노을의 절정을 보기 전에 차로 돌아가 집으로 돌아왔다. 내려오는 길이 좀 막혔지만, 그래도 일찍 내려오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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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마지막 날 월요일. 정확히 일주일 전과 같은 코스 같은 시간 라운딩에서 109타를 쳤다. 역시 난 백돌이따리였다. 골프건 뭐건 사람이 건방을 떨면 안 된다. 지난주 월요일부터 좋았던 기분은 정확히 이 날까지 만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