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활

24년 9월 셋째 주: Vasquez Rocks

-

일요일. 며칠 전부터 한국에서 친한 친구들(DK, YS)과 마지막으로 만나서 먹고 온 옥동식 돼지국밥이 너무 먹고 싶어서 직접 만들어 봤다. 원래 돼지 앞다리나 뒷다리로 만드는데, 마트에 없어서 목살로 만들었다.

 

다대기까지 만드는 정성

 

우리 가족이 두 끼 정도 먹을 분량으로 한 7~8인분 만들었는데, 맛을 보니 남에게 맛 보여주고 싶을 정도로 맛있어서 친구네 부부에게 연락해서 급히 갔다 줬다. 친구들도 너무 맛있게 먹었다고 했다. 전날 만들어둬야 하는 게 조금 귀찮지만 다음에 또 해야겠다. 도연이, 그리고 특히 박씨가 좋아했다.

 

아침밥을 먹고, 단지 내 gym 클래스로 아이들 발레 교실이 있어 다녀왔다.

 

 

선생님도 열정적이시고, 도연이도 좋아하는 것 같았다. 앞으로 가급적 매주 갈 생각.

 

오후에는 산책 삼아 그로브몰 근처에 있는 World Market에 다녀왔다. 전 세계 식료품이 다 모여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가격도 그 부근 치고는 저렴해서 몇 가지 먹을거리를 사 왔다.

 

도연이가 쇼핑을 좋아하게되는 그날까지

 

저녁에는 친구네 부부가 저녁 먹으러 오라고 해서 염치 불구 냠냠쩝쩝 밥을 얻어먹고 왔다. 한 끼씩 서로 주고받는 행태가 사이좋은 의형제 같다.

 

 

-

월요일? 골프 치는 날. 오늘은 새로운 골프장으로 왔다. 평소에 다니던 Balboa GC 부근의 'Woodley Lake GC'로 왔다. 날씨가 정말 좋았다.

 

 

한국계 젊은 친구, 일본 아저씨, 미국 아저씨 이렇게 구성되어 라운딩을 돌았다. 모두 골프에 진심인 사람들이었고 코드가 잘 맞아서 정말 재밌게 쳤다. 날씨와 멤버가 최상이다 보니 스코어도 미국에서 처음으로 100 언더를 기록했다. 코스는 넓고 평탄해서 그렇게 어려운 코스는 아니다. 최종 95타로 마무리. 모두 너무 즐거운 골프를 쳤다며, 앞으로 이 시간대에 자주 볼 수 있으면 보자며 헤어졌다.

 

 

동서 막론하고 가을날씨가 제일이다.

 

-

화요일. 미국 와서 머리를 한 번도 안 잘랐더니, 머리가 감당이 안된다. 원래 머리를 장발로 기르고 싶었는데, 머리가 곱슬머리라서 깔끔하게 기르는 게 쉽지 않다. 결국 굴복하고 미용실을 찾아갔다. LA 한국인 채팅방에서 물어봐서 저렴한 곳으로 찾아갔다. 어차피 내 머리는 모양내는 머리도 아니고 그냥 자르기만 하면 되는 머리라서..

 

 

문을 열자마자 속전속결로 이발 시작. 머리는 10분 만에 다 자른 거 같다. 옆머리가 거의 없어서 확실히 미국 스타일 같긴 했다. 이발비 15불에 팁까지 총 20불을 드리고 왔다. 이 정도면 LA 최저가 아닐까.

 

집에 오는 길에 유명한 핑크스 핫도그를 포장해 왔다. 원래 줄이 좀 긴데, 오픈 시간에 맞춰가니 사람이 거의 없었다. 제일 유명한 칠리 치즈 핫도그 하나와 'Huell dawg'를 시켰다. 후엘 도그도 어차피 같은 칠리 치즈 핫도그인데 소세지가 두 개 있는 것일 뿐이다.

 

 

예상보다 맛있어서 놀랐다. 칠리가 감칠맛이 엄청 좋았다. 길게 줄 서서 먹으면 좀 엄격하게 평가할 법도 하지만, 줄 안 서고 바로 사 오면 충분히 만족할 만하다.

 

박씨 요리 열전: 팟타이

 

-

수요일, 박씨가 학교 안 가는 날. 메이저리그는 종종 평일 낮 경기가 있는데, LA 다저스가 아닌 LA 에인절스 경기가 있어서 표를 미리 예매했다. 에인절스는 현재 지구 꼴찌팀이고, 상대방도 지구 꼴찌팀인 시카고 화이트삭스여서 경기 표는 그렇게 비싸지 않았다. LA 에인절스라고는 하지만 LA에서 거리가 좀 있는 에너하임까지 가야 한다. 1시간 정도 걸려서 에인절스 스타디움에 도착했다.

 

 

팀이 쪽박을 차고 있더라도, 그래도 메이쟈 수준의 경기장이 주는 감동이 있었다. 경기 시작 전 경기장을 천천히 둘러봤다.

 

오타니의 흔적

 

지구 꼴찌팀 간의 대결이라 긴장감이 덜할 걸로 예상을 했었는데, 역시나 팬들도 열정적으로 응원을 했고, 또한 선수들도 정말 열심히 경기를 뛰었다. 관중들도 2002년 에인절스 우승 기념 티셔츠를 많이들 입고 와서 경기를 보는 모습이 짠하기도 하고 팀에 대한 애정이 보여서 낭만이 느껴졌다. 나도 전날 로스에서 디깅한 에인절스 티셔츠를 입고 갔더니 옆자리 팬이 티셔츠 멋지다며 칭찬을 해줘서 보람이 있었다. 경기장 분위기도 즐기며 음식도 먹으며 재밌게 경기를 관람했다. 남녀노소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아왔지만, 특히 아이들을 위해 많은 이벤트와 정성이 느껴진다. 경기장뿐만 아니라 이 나라 자체가 그렇다. 애 키우는 입장을 떠나, 한국도 아이들을 위한 나라가 되면 좋겠다. 출산율 더 박살 나서 나라 망하기 전에.

 

이런 좋은 자리에서 경기를 보다니!
또라웃

 

9회까지 1:1로 승부가 나지 않아 연장까지 이어졌다. 우리는 9회에 나와서 집으로 왔는데, 연장 접전 끝에 13회에 끝내기 안타로 에인절스가 4:3으로 이겼단다. 좋은 날씨까지 더해져 즐거운 야구 관람이었다. 도연이가 어린이집에 가있는 동안 이런 Day game을 좀 더 즐기고 싶은데, 야구든 축구든 농구든 낮 경기 자체가 많지 않아 아쉽다. 에인절스나 화이트삭스가 길고 긴 부진을 딛고 좋은 성적을 거두는 날이 오면 오늘이 생각 날 것 같다.

 

-

19일 목요일. 별일 없이 쉰 날. 다만 다저스의 오타니가 50-50을 기록한 날이다. 방송만 틀면 오타니, 온 나라가 난리다. 같은 아시아인으로서 정말 자랑스럽다.

 

주 1회 만땅 주유 중.

 

-

금요일. 혼자 코스트코에 다녀왔다. 자주 갈 일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우유며 계란이며 물이며 콜라며, 집에서 식사를 대부분 해결하니 식재료가 금방 떨어진다.

 

(와이프 생일 헤드폰 포함이긴 하나)오늘도 400불..
삼겹살 파티!

 

-

요즘 박씨가 자꾸 집에서 베이킹을 한다. 정말 맛있긴 한데, 그거 때문에 온 가족이 다시 살이 찌고 있다. 박씨 말로는 미국 마트만 가도 베이킹 재료가 다양하게 있으니 안할래야 안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엄마의 베이킹을 제일 좋아하는 두 남자

 

오후에는 근처에 차로 1시간 거리의  Vasquez Rocks라는 암산이 있어, 가보기로 했다. 사진으로 보니 모양도 특이하고, 차로 접근성도 좋아서 가볼 만할 것 같았다.

 

 

'Agua Dolce', 달달한 물이라는 귀여운 이름의 마을에 도착하니 화성 같은 돌덩이가 멀리서 보인다. 차로 안쪽까지 쭉 들어와서 바로 산 가까이로 향했다.

 

 

모양이 특이해서 그런지, 스타트렉, 혹성탈출 같은 SF 영화나, 마이클 잭슨의 '블랙 앤 화이트', 라디오헤드의 'High and dry', 그리고 최근에는 BTS의 뮤직비디오에서도 등장했다고 했다. 하나같이 내가 다 좋아하는 것들이었다.

 

 

돌산 주변을 돌아보면서 높아서 올라갈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찔끔찔끔 놀고 있었는데, 반대편의 비교적 완만한 부분이 보였다. 마침 내려오는 커플에게 물어보니, 아기도 올라갈만하다고 해서 도연이와 함께 도전해 보기로 했다. 정말 조심조심 올라가면 4살 아기도 함께 올라갈 수는 있다.

 

대견하다

 

정상에 올라오니 정말 장관이 펼쳐졌다. 올라오길 잘했다!

 

도연이 저 포즈 알려준 분 진짜 꼭 잡으러 갑니다..

 

정상에서 부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멀리 석양을 바라봤다. 도연이도 옆에서 작은 돌멩이를 던지며 함께 시간을 보냈다. 한 20분 정도 정상에서 앉아있었는데, 이 시간이 소중하고 행복한 순간이라고 느껴졌다. 주말에 집에서 쉬고 싶어도, 이렇게 밖에 돌아다니는 게 기억에 남겠다 싶었다.

 

 

꽤 괜찮은 관광지인데도, 그렇게 많이 알려진 곳은 아닌 듯. 접근성, 붐비는 정도, 경관의 아름다움을 고려했을 때 이 정도면 별 5개 만점입니다.

 

 

집에 오는 길에 지인의 추천으로 동네 타코 식당에서 간단하게 저녁을 해결했다. 가격이 저렴했는데도 맛이 깔끔하고 좋아서 다음에도 종종 갈 것 같다.

푸터바

태그

알림

이 블로그는 구글에서 제공한 크롬에 최적화 되어있고, 네이버에서 제공한 나눔글꼴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카운터

  • Today :
  • Yesterday :
  • Tota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