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활

24년 9월 첫째 주: 폭염 경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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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첫째 날 일요일. 미국 서부 지역이 좋은 점 중 하나는 유럽 축구를 아침에 일어나서 볼 수 있다는 점. 주말 아침에 도연이와 함께 축구를 보는 게 일상이 되고 있다. 도연이는 국가 대항전을 더 좋아하지만(국기가 나오기 때문), 그래도 아빠가 축구에 미친 사람의 영향인지, 축구를 틀어놔도 크게 거부감을 느끼지 않아 한다. 오히려 지금 축구 안 하냐고 물어볼 정도.

 

경고!
부상!

 

전날에도 식사 초대를 해준 친구 부부네가 점심에 또 초대를 해줬다. 어제 미처 다 제공해주지 못한 음식이 더 있어서 초대를 해줬단다. 고마운 마음에 친구네 딸아이 둘을 집에서 잠깐 봐주었다. 도연이와 사이가 너무 좋은 자매들이다.

 

 

친구 부부 중 남편은 미국 생활하면서 요리가 많이 늘었단다. 해주는 요리들이 제법 맛있다. 배 터지게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후에는 도연이와 단지 내 수영장에서 놀며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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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월요일. 미국에서 9월 첫째 주 월요일은 노동절이다. Long weekend라고 해서 미국 사람들은 긴 연휴를 이용해 멀리 놀러 가기도 하는 모양. 개인적으로는 마트나 각종 쇼핑몰에서도 노동절 맞이 세일이 좋았다. 우리 가족은 긴 연휴(그래봤자 3일)동안 특별히 멀리 가지는 않았다.

 

매운 갈비찜 만듦.

 

그래도 집에서만 있으려니 아쉬워서, LA 북서쪽 Moorpark라는 지역의 농장에 다녀오기로 했다. 이곳에서 동물들(엄밀히는 가축들)도 볼 수 있고, 농장체험도 할 수 있다고 했고, 도연이가 특히 과일 줍는 걸 매우 좋아해서(열매 따위를 주워서 통에 모으는 걸 매우 좋아함) 한 번쯤은 와보고 싶었던 곳이다. Underwood Family Farm이라는 곳으로, LA에서 1시간 정도 거리다. 가는 길이 그랜드캐년처럼 멋있어서(아직 못 가봄) 운전이 지루하지 않다.

 

농장에 도착, 소정의 입장료를 내고 구경을 시작했다. 규모는 적당해서 둘러보기 힘들지 않다.

 

 

동물들과 체험시설들을 지나 좀 걸어 나오면 농장이 있다. 각종 베리류부터 올리브, 오렌지, 아보카도 등 다양한 농작물들이 심어져 있고, 직접 따서 가져갈 수 있다. 블랙베리는 8~9월이 제철이다. 맛있어 보이는 걸 열심히 땄다. 줄기에 가시가 꽤 많아 조심히 따야 해서 힘들었지만 그래도 재미있었다. 도연이도 집중해서 블랙베리를 땄다.

 

 

오렌지는 철이 조금 지나서 이미 사람들이 오렌지를 다 따서 가져가 버렸다. 높이 있는 오렌지가 몇 개 있어서 점프해서 따려다가 줄기에 머리를 박아 피가 철철 났다. 멍청하게 두 번이나 박았다. 오렌지 나무는 진짜 진짜 단단하다. 그래도 오렌지를 하나 따서 그 자리에서 먹었는데, 정말 맛있어서 깜짝 놀랐다.

 

내 피와 바꾼 오렌지

 

2시간 정도 짧게 놀다 왔지만, 평소에 보지 못하는 탁 트인 풍경을 눈에 담고 올 수 있어서 좋았다. 날이 엄청 더워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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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이 날은 폭염 경보가 있었다. 한낮에는 날씨가 39도까지 올라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프를 다녀왔다. 저번에도 다녀온 Balboa Golf course로 향했다. 오전 10시 라운딩은 특가라서 예약을 안 할 수가 없다.

 

 

원래는 30분이면 가는 거리를 차사고로 인해 1시간 가까이 걸려서 도착했다. 티오프 시간 10분 전에 도착해서 티박스 부근으로 갔는데 한 팀이 막 티오프를 하고 있었다. 한국인 중년 부부와 베트남 아저씨가 있었다. 물어보니 같은 티오프 팀이었다. 한국 아줌마가 내가 안 오는 줄 알고 미리 시작했단다. 아직 티오프 시간도 안 됐는데 뭔 헛소리인지.. 시작부터 맘에 안 들었다.

같이 카트를 탄 베트남 아저씨는 자기가 세금 관련 컨설팅일을 하는데 전 세계에 집에 몇 채 있고, 의사인 딸이 서울 강남에 아파트가 있고 어쩌고.. 그리고 비벌리 힐즈에 사는데 제니퍼 로페즈와 드레이크가 이웃이라고.. 18홀 내내 그런 말을 듣고 있으니 정말 힘들었다..

 

 

날씨가 정말 더웠고, 그린 위에서 있으면 열기로 어질어질했다. 스코어는 오늘도 break 100에 실패. 아이언과 숏게임이 하나도 안 되는 요즘.

 

그나저나 마지막 18홀에서 한국 아줌마가 나보고 한마디 한다. 골프 매너가 좀 안 좋으시다고. 이해가 안 돼서 뭐 때문이냐고 물어보니, 그린에서 퍼팅할 때 짧은 거리에 있는데도 내가 먼저 쳤단다. 그런데 오늘은 많이 더워서 excuse, exception 해주겠단다(아이고 감사합니다). 듣고 일단 죄송하다고는 했는데, 그 아줌마는 ready golf의 개념도 모르시는 분 같았다. 기분이 진짜 더러웠다만, 라운딩 내내 죽상 쓰고 짜증 내는 사람에게 룰 따져서 뭐 하겠냐 싶어서 말았다. 아무쪼록 이날의 골프는 끝나고 기분이 안 좋을 정도로 최악이었다.

 

 

집에 와서 Jack in the box 버거와 귀여운 아들을 보며 기분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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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수요일. 학교 안 가는 박씨와 코스트코에 다녀왔다. 회원권을 구매했다. 이것저것 샀더니 500불이 나왔다. '외식 잘 안 하니까'라며 열심히 명분을 만들어 본다.

 

 

저녁 산책하며 찍은 사진들. 파크 라브레아가 시설에 비해 렌트비가 비싸니 해도, 단지 내 많은 나무와 꽃들 사이를 걷고 있으면 리조트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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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목요일. 사진이 없다. 낮에는 집에서 잠만 잤다. 그리고 오후에는 도연이와 박씨 픽업&드랍하느라 3시부터 6시까지 운전을 해야 했다. 운전 실력이 엄청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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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금요일. 덥다. 한국처럼 습하지는 않지만 사막에 있는 것처럼 타는 듯 덥다. 물어보니 캘리포니아는 7, 8월보다 9월이 더 덥단다.

LA에 온 후 아침에 구름을 처음 보는 듯했다. 신기해서 운전 중 사진을 찍었다. 요즘 들어 풍경 사진을 좀 더 자주 찍게 되었다. 동네가 다 예뻐 보인다.

 

사진을 찍어요
마트 옥상 주차장에서도..
운전 중에도..

 

수업 끝난 박씨와 함께 USC 주변에 있는 마라탕 가게에 왔다. 구글 평이 좋아서 찾아왔다. 미국에 와서도 주 1회 마라샹궈를 만들어 먹는 우리 부부. 밖에서 먹는, 요리사가 말아주는 마라샹궈는 더 맛있지.

 

순식간에 흡입. 최고 맛있다!
USC 산책.

 

박씨가 듣고 싶은 수업이 있다 해서 헤어지고, 도연이를 일찍 픽업하러 갔다. 독감 예방접종을 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역시나 엉엉 울고 병원 밖을 나왔다. 그래도 주사 맞아야 하는 현실을 직시하고 최대한 참아보려 한 게 대견하다.

 

표정ㅋㅋ

 

저녁에는 옆 집 아기의 생일 파티에 초대받아 갔다. 중국어를 쓰는 아이들 틈에서 도연이는 소외되지 않으려 애를 쓴다. 그래도 영어가 많이 늘어서 조금이나마 영어로 이야기를 하는 걸 보면 정말 영특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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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토요일. 잠깐 수영장에만 다녀왔을 뿐, 더워서 밖에 나갈 엄두가 안 난다. 내일부터 이틀간 최고로 덥다고 일기예보가 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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