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8월 넷째 주: Whale watching
-
23일 금요일. 오후에 골프 연습장에 다녀오고 집에서 쉰 날.
-
24일 토요일. 지난 글에서 썼지만 이케아 Click&Collect 연락을 기다린다고 낮시간을 날렸다. 너무 열받아서 구글에 리뷰까지 달았다.
오후에는 파크 라브레아 단지 내 수영장에 다녀왔다. 어른은 월 75불, 아이는 월 17불의 이용료를 내야 한다. 좀 비싸지만 물도 따뜻하고 시설도 좋아서 만족 중. 헬스장까지 포함된 가격이다. 헬스장은 아직까지 가본 적이 없다.
-
25일 일요일. 전날 밤에 즉흥적으로 알아보고 예매한 고래 구경(Whale watching)을 하기 위해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집에서 30분 정도 거리인 롱비치에서 배가 출항한다. 아침 9시에 출항이고, 안내문에는 1시간 전에는 오라고 해서 미리 갔더니만, 그냥 시간 맞춰가도 된다. 'Harbor Breeze Cruise'라는 업체로 예약을 했다.
배가 출항했고, 나와 도연이는 뱃머리 바닥에 주저앉아 달리는 배의 속도를 즐겼다. 파도치는 바다를 가르며 위아래로 요동치는 배가 정말 재밌었고, 도연이도 깔깔 웃으며 좋아했다. 실내에 있지 않고 밖에 나와 있으니 오히려 멀미가 나지 않았다.
바다 바람이 정말 시원하다. 아이나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은 긴팔은 챙겨 오는 게 좋겠다. 1시간 정도 포인트로 이동하는데, 가는 길에 돌고래가 조금씩 보인다. 그리고 어느 순간 갈매기들 엄청나게 모여있는 한 지점에 배는 멈춰 선다. 아마 물고기 떼들이 있는 곳이고, 그곳에 갈매기, 돌고래, 고래가 모여서 식사를 하는 풍경이다. 고래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돌고래는 수백 마리가 있는 느낌이었다.
돌고래 떼는 배 주변을 맴돌며 사람들에게 장난이라도 치듯 점프를 계속 보여주었다. 귀엽고 애교 넘치는 강아지 같았다. 고래는 어디 있나 찾아봤지만 잘 보이지 않았다. 안내방송으로는 이 주변에는 있다고 하는데, 숨 쉬러 나오는 타이밍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그때, 배 위의 사람들이 한쪽을 바라보며 함성을 질렀다!
저 멀리 고래가 숨을 쉬러 올라왔다. 물이 분수처럼 높이 솟구쳤다. 도연이도 저 멀리 있는 고래를 용케 본 모양이다. 고래는 잠깐 숨만 쉬고 다시 들어갔고, 그 이후로 배는 고래를 따라다니며 두어 차례 더 볼 수 있었다. 고래를 볼 확률은 그렇게 높지 않다고 하는데, 안내방송은 오늘이 정말 운이 좋은 날이라고 했다. 이렇게 돌고래와 고래를 많이 볼 수 있는 날이 드문 모양.
잠깐 이동하는 사이에도 호기심이 가득한 돌고래 몇 마리는 우리가 탄 배를 따라다녔다. 사람들이 좋아해 주니 더 신나서 물 위로 올라오고 하는 느낌이었다.
박씨는 지금까지 한 것 중에 제일 재밌었다는 평을 내렸다. 가격도 인당 $30 정도로 저렴하고, 안전이나 시설도 만족했다. 특히 안내 방송으로 바다뿐만 아니라 주변 지리나 역사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주는데, 재밌고 유익했다. 갔다 오고 나서 주변에 대대적으로 추천 홍보 중. 하와이에서만 고래 와칭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집으로 돌아와서 저녁으로 피자를 만들어 먹었다. 트레이더 죠에서 파는 도우와 그 외 피자 재료를 사서 간단하게 만들어 먹었는데, 대충 만든 것 치고 맛이 좋았다.
-
월요일. LA 근교 지역으로 첫 18홀 라운딩을 다녀왔다. 'Balboa Golf course'라는 곳인데, 집에서 30분 정도 거리의 퍼블릭 코스이다. 평일 낮에는 카트 포함 $30 정도에 칠 수 있는, 정말 놀라운 가격.
4인이 한 팀으로, 카트는 2인씩 나눠서 탄다. 어릴 때 골프를 배웠다는 젊은 청년과 함께 카트를 탔고, 또 중년 부부와 함께 라운딩을 돌았다. 페어웨이도 넓고 잔디 상태도 좋았다. 다만 그 홀이 그 홀 같아 보이고 좀 특색이 없다는 게 단점.
스스로 엄격하다 자부하는 골퍼로서, 90타대 스코어는 여전히 쉽지 않다. 무엇보다 이날 라운딩으로 약간 더위를 먹은 듯하다..
-
수요일. 어제 몸 상태가 심상치 않더니, 종일 두통과 콧물이 난다. 그래도 심하지는 않아 박씨를 데리고 근처 파3에 다녀왔다. 나름 박씨의 첫 라운딩이다.
박씨는 생각보다 잘 쳤다. 좀 더 연습하면 진짜 잘 칠 것 같은데, 본인이 크게 열정이 없는 듯하여 아쉽다. 나 처음 때는 종일 유튜브와 블로그를 보며 공부도 많이 했는데, 아직 그 정도 애정은 없는 듯. 뭐 천천히 배워가면 되니까 무리할 필요는 없지.
-
28일 목요일. 몸 상태가 더 안 좋아졌다. 열은 안 나는데 종일 어지럽고 콧물이 나는 상태. 요 근래 열심히 노느라 무리를 했나 보다.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말이 농담이 아닌 듯. 아내 박씨는 나를 위해 집에서 맛있는 소고기 구이를 준비해 주었다. 차돌박이와 우삼겹을 먹었다. 미국 와서 한식을 엄청나게 챙겨 먹는 게 스스로 웃기다.
-
29일 목요일. 이날까지 집에서 꼼짝 않고 쉬었다.
-
30일 금요일. 몸이 조금은 나아졌다. 박씨가 오전만 수업이어서, 오후에는 둘이 데이트를 하기로 했다. 다운타운 미술관 투어를 위해, 전날 미리 예약해 두었다. 다운타운에 서로 마주하고 있는 '더 브로드'와 'MOCA'에 간다. 주차는 월트디즈니 콘서트홀에 해놓고, 우선 점심을 먹으러 갔다. 근처에 있는 '그랜드 센트럴 마켓'까지 걸어서 갔다.
평일이었음에도 역시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여러 식당이 있었지만, 영화 '라라랜드'에서 주인공들의 첫 데이트 식당이었다는 엘 살바도르 식당, 'Sarita's Pupuseria'에 갔다. 엘 살바도르의 국민 음식 '푸푸사'를 시켰다.
처음 먹어보는 음식임에도 어색하지 않았고 친숙한 맛이었다. 그 자리에서 바로 만들어 굽는 빵이다 보니 바삭하고 고소한 맛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옆자리에 모두 라틴계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괜찮은 식당인 듯했다.
양이 아주 쪼끔 부족해서 다른 곳으로 갔다. 'For The Win'이라는 식당으로, LA에서 꽤나 인기 있는 햄버거 맛집이라고 했다. 치즈버거 더블 하나시켜서 박씨와 나눠먹었다. 번+패티+치즈가 하나인 것처럼 부드럽고 짠맛이 훌륭했다. 여태껏 미국에서 먹은 버거 중에 베스트였다. 게다가 사이드로 시킨 고구마튀김도 정말 맛있었다.
아이스크림 하나씩 들고 미술관으로 향했다. 과식했다..
더 브로드에 입장, 리히텐슈타인, 앤디 워홀, 바스키아 등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천천히 둘러봤다. 이 작품들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니.. LA는 의외로 미술관의 도시다.
이번에는 길 건너 MOCA, 'The Museum of Contemporary Art'에 갔다. 브로드만큼 유명 작품은 없었지만, 그래도 더 참여적이고 신선한 작품들이 많았다.
잠깐 리틀 도쿄에 들러서 마트 초밥을 사 왔다. 박씨가 만든 돈까스와 함께 저녁으로 먹었는데, 저렴한 가격(개당 $20)치고 나쁘지 않았다. 아시아 음식 최고..
-
8월의 마지막날, 금요일. 아침에 도연이가 수영장 가자고 해서 다녀오고, 오후에는 친구 부부가 놀라오라고 해서 맛있는 돼지갈비 김치찜을 대접받았다. 한식 최고.. 한식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