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활

24년 8월 셋째 주: Driver's Licen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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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금요일. 루즈벨트 GC에 다녀왔다. 모두 한인(추정)과 쳤다. 영어로 주로 이야기를 했고 일부 내 신상에 영향이 있을 수 있는 중요한 말만 한글로 했다(가령, 앞에 사람 있어요? 지금 쳐도 돼요?). 이 코스는 한낮에 등산을 하는 느낌이다. 별 볼거리 없는 코스이지만 중간에 그리피스 천문대가 보이는 코스는 봐줄만하다.

 

 

낮에는 중국 국적의 와이프 학교 친구들이 집에 와서, 함께 식사를 했다. 박씨는 육전, 로제 떡볶이 등의 메뉴로 어린 여심을 공략했다. 20대 중반 친구들인데, 너무 착해서 우리보고 젊어보인다고 했다. 30대 후반으로선 가히 최고의 칭찬이다. 그나저나 LA로 이사오고 나서 나와 박씨 둘 다 몸무게가 7~8킬로씩 빠졌다. 특별히 운동을 하는 것도 아닌데, 스트레스를 안 받고 배달음식을 줄여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서울에서보다 활동적인 삶을 사는 것도 한 몫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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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토요일. 내일 친구네 부부와 동네 Public grill(또는 Park grill)에서 바베큐를 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그릴 관리가 잘 안 되어 있어 그 위에 올릴 그릴 판을 사러 동네 홈 디포에 갔다.

 

 

트레이더 죠가 엄마들의 디즈니랜드라면, 홈 디포는 아빠들의 디즈니랜드가 아닐까. 혼자 마당 있는 집을 이렇게 저렇게 꾸미는 상상을 하며 한 바퀴 둘러보았다. 집 관리에 관한 한 없는 게 없었다. 내가 미국에서 태어났으면 홈디포에서 살았을 듯.

 

도연이가 머리가 많이 길었다. 미국에서 머리 자르는데 꽤 비싸고(최소 30~40불), 한국에서 도연이 어릴 때 쓰던 바리깡도 마침 가져와서 도전해 보기로 했다. 유튜브 영상으로 공부를 좀 했기도 했고, 어차피 내 머리도 아니니까..(?)

 

이발 전.
이발 후(1)
이발 후(2)

 

생각보다 결과물이 잘 나와서 만족했다. 온 가족에게 도연이 사진을 보내며 자랑을 했다. 앞으로 두어 달에 한번씩 잘라줄 생각. 그나저나 내 이발은 언제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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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Q Sunday! 파크 라브레아 단지 안에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그릴이 몇 개 있다. 그릴 옆에는 테이블도 있고 놀이터도 있어 아이들도 함께하기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전날 사둔 티본 스테이크와, 직접 만든 새우꼬치, 그리고 구이용 야채를 싸들고 이동했다. 물론 숯도 가져갔다.

 

 

아니 왠 걸, 그 공원에서는 한 단체가 이미 점령한 상태였다. 대충 보아하니 아이 생일잔치를 하는 것 같았는데, 언제 끝나냐고 물어보니 아직 멀었단다. 박씨는 사람들 덩치가 너무 커서 조폭 같다고 했다. 관리사무소와 주변 사람들에게 수소문하여 다른 곳에 위치한 파크 그릴을 겨우 찾아냈다. 아쉽게도 근처에 테이블이나 놀이터는 없었다. 그래도 감지덕지.

 

 

미리 공부한 대로 숯에 불을 붙이고 고기를 올렸다. 그런데 고기는 생각보다 잘 구워지지 않았다. 숯을 너무 조금 사용한 것이 그 원인. 뒤늦게 숯을 더 넣었으나 이미 늦었다. 고기는 원하는 대로 구워지지 않았고, 약간 산적같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모두 맛있게 먹어주었고, 직접 먹어보니 부드럽고 괜찮았다. 어제 랄프에서 신중하게 산 고기가 정말 좋은 고기였던 것 같다.

 

아이스박스 위에서 먹는 열악한 환경..

 

다음에 다시 한다면 더 잘할 수 있을 거 같다. 어쨌든 평소에 해보고 싶었던 것 하나 완료.

 

이날 밤에 도연이가 엄청 떼를 썼다. 나도 피곤했는지 도연이에게 엄청 화를 내고 혼을 냈다. 아직 아기인데 떼 하나 못 들어주고 이성을 잃고 화를 내다니.. 크게 반성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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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운전면허 실기 시험이 있는 날. 집에서 조금 거리가 있는 산타모니카 DMV까지 갔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시험을 기다리는데, 여기 온 사람들은 모두 화가 나있다. 원래 실기 시험을 보려면 캘리보니아 운전면허가 있는 사람과 동행을 해야 한다는 말이 있던데, 난 동행자 없이 접수가 가능했다. 산타 모니카 DMV는 접수창구에 안내문이 명확하게 쓰여있다. '(1) 캘리포니아 DL 보유자와 동행자 또는 (2) 국제운전면허증 보유자'가 실기를 볼 수 있다. 인터넷 카페든 카카오톡 단체방이든 왈가왈부 말이 많던데, 어쨌거나 지 눈으로 똑똑히 봤슈.

 

 

다행히 -15점 한도인 시험에서 -7점으로 통과. 주로 차선 관련해서 깎였다. 너무 한쪽으로 붙어서 운전하나? DMV에서 만난 직원 중 유일하게 친절했던 잘생긴 남자 직원의 축하를 받으며 DMV를 개운하게 나왔다. 내 앞에서 시험 본 어린 학생도 붙었단다. 하이파이브를 하고 각자 길로 돌아섰다.

 

더 이상 올 일 없길 바라며, 굿 바이..

 

이날 밤에는 슈퍼문이 떴다. 가족 모두 산책을 나서며 달을 구경했다. 달이  정말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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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화요일. 오전에는 늦잠을 자고 낮에 이케아에 다녀왔다. 박씨가 공부할 때 앉을 의자를 보러 갔다. 의자 외에도 몇가지 물품을 봐두고 인터넷으로 주문을 하기로 했다. 집에서 주문하려니 일부 배송이 안된다고 해서, '클릭&콜렉트', 즉 이케아에서 물건을 포장해놓으면 직접 수령하는 것으로 했는데, 며칠 뒤 픽업 당일에 재고가 없다며 제 멋대로 일부 제품을 취소했다. 그리고 약속한 시간에 픽업 알림이 와야하는데 종일 묵묵부답. 얼마 하지도 않는 물건을 픽업하려고 하루 종일 기다리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열이 뻗치나 안뻗치나. 이케아는 유난히 배송, 온라인 주문 관련 처리가 항상 이런 식이다. 참고로 2주가 지나도록 의자는 사지 못하고 있다. Reddit 같은 인터넷에서도 배송이나 Click&Collect에 대한 불만이 속출하는 걸 보니 비단 이 Burbank점만의 문제는 아닌 듯. 진짜 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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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수요일. 박씨 컨디션이 안 좋아서 푹 쉰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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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목요일. 박씨가 평소 애정하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가기로 한 날. 도연이를 데려다주고 부리나케 달려갔다. 연간회원권을 끊고 입장했다. 이티, 킹콩, 죠스와 같은 클래식 작품부터, 해리포터, 미니언즈, 슈퍼마리오 등 뒷세대 작품까지의 요소를 파크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먼저 해리포터 구역. 해리포터를 1편까지만 본 사람으로서, 큰 감흥이 없어 해리포터의 빅 팬인 박씨에게 조금 미안했다. 그렇지만 버터 비어는 누구보다 정말 맛있게 먹었다.

 

해석 가능 → 내 수준

 

심슨 지역은 정말 만화의 스프링필드가 그대로 옮겨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사진을 찍으면 만화같이 나오는 기분. 박씨가 기꺼이 티셔츠 한 벌을 하사해 주셨고 바로 입고 돌아다니니 많은 사람들이 티셔츠 예쁘다며 칭찬해 주었다.

평일임에도 사람이 꽤 많아, 모든 놀거리 볼거리를 섭렵하는 것은 불가능. 해리포터와 심슨 지역까지만 쭉 둘러보았다. 놀이기구도 2개를 탔는데, 둘 다 정통파 롤러코스터는 아니고 영상을 보며 실내에서 움직이는 롤러코스터였다. 개인적으로는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정통파 롤러코스터가 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Best Vacation EVER!

 

마지막으로 워터월드 공연을 봤다. 이날의 최고 하이라이트가 아니었을까. 배우들이 정말 열연을 한다. 나이가 드니 저 배우들의 산재 걱정을 하면서 공연을 보게 되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헐리웃의 굳즈는 퀄리티나 디자인이 좋다. 무엇보다 가격도 그렇게 나쁘지 않다. 다음에는 오늘 보지 못한 지역도 구경하고 어트랙션도 타야겠다. 도연이를 어린이집에서 데리고 오는 길에 '아빠 오늘 뭐 했어?' 묻길래, 그냥 집에 있었다고 했다. 미안, 담에 데리고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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