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 1, 2일차 - 후쿠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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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결혼한 지 5년이 되었다. 결혼기념일을 맞아 둘이서 1박 2일로 후쿠오카에 다녀왔다(도연이는 엄마에게 부탁). 시간이 많지 않지만, 기념일인 만큼, 짧고 굵게 먹고 노는 컨셉으로 다녀왔다. 캐리어도 없이 배낭 하나만 가지고 갔다 왔는데,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주로 식당, 카페, 쇼핑몰을 다녀서 사진이 많지 않다. 그래도 기록 목적으로, 열심히 사진을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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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8시 출발, 후쿠오카에 9시 반 도착. 이전 후쿠오카 입국 때와 달리 입국 심사에서 거의 1시간을 소비했다. 호텔 체크인 전까지 시간이 좀 남았는데, 우선 배가 고파 라멘집으로 향했다.
'멘야 타이슨'이라는 하카타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식당이다. 다행히 웨이팅이 없이 마지막 남은 테이블에 바로 앉을 수 있었다.
일반 돈코츠 라멘과 매운 돈코츠 라멘을 시켰다. 명란밥도 함께 시켰다. 생맥주도 당연히 시켰다. 웬만한 라멘집은 평타 이상은 하겠지만, 이곳도 추천할만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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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와봤다고 조금 익숙한 나카스강을 건넜다.
지난번 가보려 했던 킷사텐 '킷사 베니스'에 가려했으나, 12시 즈음이었음에도 오늘도 문이 닫혀있었다. 사장님 언제 뵐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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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지만 발걸음을 옮겨, 바로 뒤에 있는 시장을 구경했다. 저번에도 왔었는데, 그때는 이른 아침이라 문을 열지 않은 상점이 많았는데, 이 날은 비교적 활기가 더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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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구경도 할 겸, 천천히 걷다가 괜찮아 보이는 카페가 있어 들어갔다. '골드프로그 커피 Goldfrog coffee'라는 카페였다. 깔끔하고 모던한 분위기의 갤러리 카페였다. 친절하고 분위기도 좋았고 잠깐 쉬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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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가 있는 캐널 시티 쪽으로 갔다. 여러 샵들을 구경하고, 먹거리도 즐기며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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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는 캐널시티 옆 '워싱턴 호텔'로 잡았다. 가격이 저렴해서 자세히 안 보고 예약을 했더니만, 방이 심각하게 작았다. 2인이 쓰기에는 많이 작고, 혼자 쓰기에 적당한 사이즈 같다. 그래도 가격이 저렴해서 크게 뭐라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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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30분만 눈을 붙이려했는데, 1시간 반이나 자버렸다. 침대 좁다면서 잘만 자고 나옴. 텐진 지하상가로 향했다.
지하상가는 정말 규모가 방대했고, 그만큼 볼거리도 많았다. 우리는 옷과 식료품을 주로 구경했다. 물론 전부 구경하지 못했지만, 다음에 놀러 오면 더 시간을 갖고 둘러보고 싶을 정도였다. 그 와중에 나는 백팩을 하나 사달라고 해서 얻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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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으로 예약해 둔 야키토리 집으로 이동. 난 일본에서 야키토리 못 먹으면 죽을병에 걸렸나 보다. '야키토리 마코토즈키'라는 하카타역과 캐널시티 사이 즈음에 위치한 곳이다.
적당히 작은 식당이었고, 한국인 손님도 꽤 보였다. 지금 찾아봤는데 블로그 후기가 많은 걸 보니 이미 한국에서도 유명한 식당인가 보다. 일본어 능력자 박씨 덕에 여러 메뉴를 편하게 주문할 수 있었다.
닭의 모든 부위를 먹은 것 같다. 처음 먹어본 구운 오니기리가 기억에 남는다. 맥주와 하이볼, 그리고 몇 가지 소주와 함께 먹으니 너무 좋았다. 그래, 일본에선 역시 야키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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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후쿠오카에서 또 못 가본 곳이 한 곳 더 있는데, 바로 뮤직바이다. '뮤직바 인트로 Intro'라는 곳이었는데, 바로 앞까지 왔다가 어찌어찌 못 들어갔는데, 이번엔 과감히 도전. 안으로 들어가니 이날도 손님이 있긴 했으나, 왠지 지인과 손님의 중간 사람 같았다. 일본어 능력자 박씨가 들어보니 의외로 음악 이야기만 열심히 했다고 했다. 사장님은 우리에게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셨는데, 한국에서 왔고, 내가 얼마 전 친구들과 몇 주년 행사 때 왔었는데 안에 못 들어왔다는 이야기도 했다. 난 이것저것 이야기 더 하고 싶었는데 통역사 박씨가 자꾸 통역을 안 해줬다. 치사해서 일본어 공부 해야겠다(고 한지 10년 넘음).
간단한 칵테일과 함께 멋진 음악을 들으며 박씨와 이야기를 나눴다. 음악에 진심인 곳이라, 취향이 맞다면 와볼 만한 곳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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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돌아가는 길에 이자카야가 보여, 박씨를 졸라 들어갔다. '하카타 엔치'라는 이름의 이자카야였다.
주방 바로 앞 바 테이블에 앉았고, 뭐시기 해산물 3종과 우설을 시킨 듯하다. 크림치즈 튀김도 나중에 시켰던 듯. 맥주도 먹고 여러 소주도 마셨다. 바로 옆에 단골손님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앉아있었는데, 옆자리 홍콩(으로 추정됨) 사람과 수다를 떨다가 우리에게도 말을 걸었다. 도쿄는 비싸기만 하고 음식은 후쿠오카가 최고다, 오타니 좋아하냐(내가 다저스 옷을 입고 있었음)류의 이야기를 했던 걸로 기억하고, 본인의 소주를 나에게 막 나눠줬다. 걸어 다니는 번역기 박씨가 슬슬 통역을 하지 않았고, 숙소로 돌아갈 때가 된 것 같았다. 친절하고 재밌는 아저씨와 인사를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생각해 보니 그 아저씨, 수염이 있어서 그렇지 나보다 어릴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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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고 좁은 침대에서 몸을 구겨서 잤더니 개운하지가 않다. 전날 술을 너무 마셔서 그런지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후쿠오카에 놀러 와서 잠을 제대로 하루만이라도 자보는 게 소원이 되어 버렸다. 오후 2시 귀국 비행기라, 그때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 하카타역 부근에서 놀다가 공항에 가기로 했다.
박씨가 예전부터 궁금해하던 수프 전문점인 '수프 스톡'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했다. 컨셉이 독특한 식당에 오면 자연스레 창업 이야기를 하게 된다. 특히 일본에 오면 사업 아이템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 같다. 돈도 없는 사람들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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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치고 옆에 '한큐' 백화점이 있어, 그곳 식품관을 구경했다. 정말 먹고 싶은 게 많았다. 먹고 싶은 것 몇 가지 골라 푸드 코트에서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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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시간과 다른 여유가 된다면 더 길게 다녀오는 게 제일이겠지만, 1박 2일로 배낭만 메고 다녀오는 여행도 나름 기억에 남는다. 특히 요즘 엔저 효과로 일본 여행이 부담이 없어 좋다. 엔저가 언제까지 갈지 모르니 갈 수 있을 때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