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14_05 터키

(터키 여행) 8일차 - 이스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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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식을 먹기도 전에, 엊그제 헤어졌던 동행 형이 셀축 관광을 무사히 마치고 이스탄불 숙소로 찾아왔다. 전날 약도와 주소를 모바일 메신져로 보내줬는데, 용케도 금방 찾아왔다.


사실 이날 아침에 한국에 있는 친구와 실시간으로 연락을 주고받을 일이 있어, 오전 8시부터 10시까지 와이파이가 되는 숙소 로비에서 꼼짝을 못했다. 중요한 일이라 형에게도 양해를 구하고, 그 사이 형은 씻고 휴식을 취했다. 다행히도 일은 잘 해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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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에게 내가 미리 생각해둔 여행 계획을 말했다. 형은 좋다고 해줬고, 그래서 오늘은 별다른 이견없이 구시가지를 돌아보기로 했다.


제일 먼저, 가장 가까운 블루모스크(술탄아흐메트 자미)에 가보기로 했다. 숙소 바로 뒤에 위치했기에 천천히 걸어서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블루모스크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큰 오벨리스크가 세워져 있었다. 고대 이집트에서 만들어진 것인데 로마시대 때 이곳으로 가져온 것이라고. 게임 <문명>에서 자주 보던 것인데 직접 보니 신기했다. 게다가 새겨진 문양들이 정교하고 신비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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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블루모스크에 들어가는 줄에 들어섰다. 이곳에 들어가려면 신체 노출을 최대한 가려야 한다. 특히 여성들의 경우 남성보다 좀 더 엄격하게 따지는 것 같았다. 따로 가리개를 준비할 필요는 없고, 입구에서 천을 빌려준다. 신발도 벗고 들어가야 한다. 입장료는 따로 없다.




<웅장한 천장의 모습.

술탄아흐메트 자미는 내부를 장식한 푸른빛 타일 때문에 '블루모스크'라는 별칭이 생겼다.>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빛이 아름답다.>


모스크 내부의 섬세함과 웅장함에 감탄을 하며 천천히 둘러보았다. 크게 넓은 곳은 아니었기에 금방 관광을 마칠 수 있었다.


<이날 찍은 사진은 아니지만, 멀리서 찍은 블루모스크의 모습.

현재 내 핸드폰 배경화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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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모스크 관광을 마치고, 바로 옆에 있는 아야 소피아를 갈 예정이었으나, 사람이 많아 대낮에 긴 줄을 기다릴 엄두가 안났다. 다음날 아침 일찍 오기로 하고 그랜드바자르로 향했다.


<아야소피아에서 그랜드바자르 가는 길.>


그랜드바자르는 1400년대 부터 조성된 오래된 시장이다. 수백, 수천, 어쩌면 수만개의 상점이 모여있는 큰 시장이었다. 많은 관광객들이 기념품을 사가는 곳이기도 하다.

그랜드바자르로 들어가기 전에, 유명한 케밥집이 있다고해서 그곳 먼저 들러 점심 식사를 하기로 했다.


<케밥집의 위치.

그랜드바자르 20번 게이트 근처에 있다.>




현지에서도 유명하다는 명성답게, 많은 현지인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메뉴는 2~3가지 밖에 없었다. 가장 많이 시키는 피데를 시켰다. 소스는 따로 없고 소금으로만 간을 했는데도 놀랍도록  맛있었다. 앉아서 먹는 곳은 없고 길가에서 먹어야 한다. 우리는 길바닥에 주저앉고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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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바자르는 바가지가 심하기로 유명하다. 그랜드바자르 보다는 이집션바자르가 좀 더 저렴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랜드바자르는 대충 둘러보고, 이집션바자르에서 물건을 구매하기로 했다. 그렇다고 사진 하나 찍지 않은 건 좀 심했다고 생각한다.


이집션바자르는 그랜드바자르 위에 근접해 있다. 갈라타 다리 방향으로 10분정도 걸어가면 된다.


<이집션바자르의 붐비는 모습.

그랜드바자르도 비슷한 모양새이다.>


<한 매장에서 찍은 다양한 디자인의 머그컵들.>


이집션바자르는 그랜드바자르와 마찬가지로 실내 시장이다. 많은 상점들이 가로세로로 줄지어 위치해 있다.

많은 물품을 구경했으나, 일반 길거리 기념품샵에서 더 싸게 팔았던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이집션바자르에서는 로쿰만 사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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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가게가 더 쌌던거 같은데.. 다음 가게가 더 괜찮겠지..' 하는 생각에 하염없이 로쿰 가게만 둘러보니, 갈수록 혼란스러웠다. 그래서 이집션바자르에 있는 한 가게에서, 괜찮은 맛과 괜찮은 가격을 확인하고 바로 구입했다. 선물용으로 10개 샀는데, 한국에 돌아와서 나 혼자 3개를 먹었다. 로쿰이 제일 그립다.


<'안사도 상관없다. 절대 가격은 못깎아주겠다.'의 고집이 나에게 믿음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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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집션바자르에는 유명한 커피 원두(가루) 가게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고, 안에서는 많은 직원들이 커피 원두를 종이팩에 분주히 포장하고 있다.

터키 커피는 물에 타서 끓여먹는 것이라고 한다. 드립을 내어 먹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적은 원두량으로도 많은 잔의 커피를 마실 수 있다. 가장 작은 단위의 팩을 사도 선물용으로도 충분하다. 향도 좋고 맛도 좋아 선물 했을 때 반응이 좋다.


<커피 원두를 사기 위해 긴 줄이 늘어서 있다.>


<갈라타 다리 방향으로 나와 바라본 이집션 바자르.>


<근처에선 정치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로쿰을 사니 짐이 너무 무거워졌다. 숙소에 다시 들어가 짐을 정리하고, 다시 나오기로 했다. 이때가 오후 3시 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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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은 그날이 야간버스를 타고 온 날이었기 때문에 많이 피곤해했다. 오후 5시가 넘어서야 다시 나올 수 있었다.

아야소피아와 톱카프 궁전 등은 이미 개관시간을 넘겼기에, 다른 어느 곳을 구경가면 좋을지 고민을 했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베벡' 지역의 까페가 전망이 좋아 한국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는 정보를 본 기억이 났다. 형에게 이야기했더니 좋다고 했다. 베벡 지역을 가는 길에 '오르타쾨이'라는 지역에서 파는 '쿰피르'라는 음식이 특이하다고 하니, 오르타쾨이를 먼저 가기로 했다.


<술탄아흐메트에서 오르타쾨이까지 가는 길>


걸어서 가기에는 먼 거리이므로, 트램과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우선 술탄아흐메트에서 트램을 타고 종점인 카바타쉬에서 내린 후, 22, 22RE, 25E 버스를 타면 도착한다.





버스에서 하차 후 골목길을 따라서 쭉 가다보면 바다가 보이고, 좀 더 가면 공원, 선착장, 각종 상점들을 발견할 수 있다. 많은 연인들이 데이트를 즐기는 장소인듯 했다. 인파로 북적대지 않고 적당히 사람들이 있어, 벤치에 앉아서 여유를 즐기기에 좋았다.

큰 어려움 없이 쿰피르 상점을 찾을 수 있었다. 레스토랑에서도 팔고 노점상에서도 판다. 쿰피르 상점이 일렬로 모여있는 곳에서 쿰피르를 테이크아웃으로 샀다. 쿰피르 이외에도 여러 토핑을 얹은 와플도 팔고 있었다.



쿰피르는 큰 감자를 삶아 반을 가른 후, 그 안에 다양한 토핑을 넣어 먹는 음식이다. 콩, 올리브, 양배추, 버섯 등 다양한 채소와 사워크림, 케쳡 등 다양한 소스를 넣을 수 있었다. 난 그냥 다 넣어달라고 했다. 가격은 12리라 정도 했던 것 같다.


<엄청난 크기의 쿰피르. 왠만한 여성은 다 먹지 못할 정도의 양이었다.>


쿰피르를 들고 바다가 보이는 공원에 자리를 마련해 먹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쿰피르를 먹고 있었다. 사워크림을 너무 많이 넣었는지 조금 시큼했다만, 전체적으로 맛은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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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벡까지는 걸어가기로 했다. 현지인에게 베벡 가는 방향을 물어보았더니 지금 가는 방향으로 쭉 가면 된다고 이야기해주었다. 어렵지 않게 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56분 걸린다.>


계속 걸어가는데 보이지 않아서 혹시 우리가 지나친 것은 아닌가 걱정했다. 주민들에게 베벡의 위치를 물으니 다행히도(?) 모두 한 방향을 가르켰다.

어쨋든 무조건 버스를 타야한다. 오르타쾨이에서 22번 버스를 타면 베벡 지역으로 간다고 한다.




<바닷가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쭉 걸었다.

비록 먼 거리였지만 형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지루하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걷다보면 조금씩 부촌의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실제로 오르타쾨이-베벡 주변은 부자 동네라고 한다.>


정말 지쳐서 포기하고 싶을 때 쯤, 베벡에 도착했다. 듣던대로 까페가 많이 보였다. 어느 까페로 갈지 잠시 고민을 했다. 한국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스타벅스로 결정했다. 역시 까페 안에는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많은 관광객들이 있었다. 주문하는 줄에서 가볍게 인사도 나눴다.

2층 테라스에 자리를 잡았다. 오래 걸어서 인지, 경치가 좋아서 인지는 몰라도 커피를 정말 맛있게 마셨다. 우리는 고생한 보람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2층 창가에서 바라본 모습.>


<최하층은 테라스와 연결되어 있었다.>


이스탄불에서 3일 이상 머문다면, 시간 내어 와볼만한 동네라고 생각한다. 촉박한 여행 일정동안 억지로라도 여유를 내는 것도 좋은 여행 기술인 것 같다.

우린 한시간정도 수다를 떨고,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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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 삼각대를 챙겨왔는데, 그걸 이용해 숙소 근처 야경을 찍어보자고 했다. 블루모스크와 아야소피아 사이의 공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밤의 모습을 담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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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하루가 끝이 났다. 내일이 터키 여행의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니 많이 아쉬웠다.

아직 못산 기념품들을 어디서 사지.. 하는 불필요한 집착과 함께 잠이 들었다.

푸터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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